위기에 닥치면 으레 당황하기 마련이다. 준비가 안돼 있기 때문이다. 허나 위기는 때론 기회가 되기도 한다. 군포가 뉴타운사업으로 ‘위기 아닌 위기’를 겪고 있다. 주민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행정력을 낭비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도권 과밀해소를 위해 만든 군포 산본신도시는 기존 도시의 확충에 따른 도시 내의 신도시 성격이 짙다. 1㏊당 300명 가량이 거주해야 가장 쾌적하고 살기좋은 도시라고 하는데 산본신도시는 2배 가량인 600명이 거주한다. 그래서 복잡하고 낙후된 구도심을 정비하고, 도시인프라를 새로 구축하기 위해 뉴타운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재산 등 여러 사정이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어 찬반의견으로 갈려있다.
건축은 ‘천년대계’라는 말이 있다. 스페인 빌바오시는 인구 35만명에 불과하지만 프랭크게리라는 건축가가 구젠하임 미술관을 건립, 국제적인 문화명소로 자리잡았다. 이 때문에 시의 관광수입 뿐아니라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세계인들이 몰리고 벤치마킹 대상으로 우뚝 섰다.
이런 도시가 가능할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수 도시전문가로 하여금 밑그림을 다시 그리고 부분적으로 구체화시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빈틈없는 노력과 완벽한 준비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
군포시는 현재 추진중인 뉴타운사업이 어렵게 될 때, 그 이후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등 각종 도시계획 관련 사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민과 함께 해야만 결실을 거둘 수 있다. 따라서 겸허하게 시민의 소리를 듣고 시민을 위한 도시를 만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시민이 빠진 도시 가꾸기는 본질적으로 허상이다’라는 도시전문가 찰스랜들리의 말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대전시가 처음 시행해 성공을 거둔 ‘무지개 프로젝트’ 사업을 눈여겨보자. ‘무지개 프로젝트’는 달동네는 업그레이드하고 기존 건물과 주택, 상가는 놔둔 채 본래의 마을 안팎을 새로 꾸미고, 언덕길 공용화장실 등 정주환경을 개선해 도시재개발에 성공한 사업이다. 자그마한 새단장으로 출발해 교육복지 실현, 공동체 복원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모범적인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우수사례로 손꼽힌다. 국내 여러 도시는 물론이고 스웨덴 스톡홀롬, 포르투갈 리스본, 프랑스 파리 등 세계 유명 도시에서 벤치마킹을 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군포도 주민화합의 모멘텀으로 뉴타운사업이 성공하면 금상첨화이지만 반대로 불발될 경우를 대비해 넋 놓고 있으면 안된다. 시민과 공무원, 시의원 등 각계각층을 망라해 도시정체성 확립을 위한 철저한 고민과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의 군포가 위기라고 생각하면 기우(杞憂)일까. 너나없이 현재의 도시를 정말 주민들이 원하고, 후손에게 물려줄 도시로 만들겠다는 일념이 있다면 위기라고 생각해보자. 뉴타운사업으로 주민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반목한다면 군포 발전에 기여할 모든 사람이 큰 손실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그 중심에 공무원과 전문가, 시의원, 시민사회단체장 등 각계의 사회지도자층 등이 있다. 주민들의 쓴소리를 과감히 귀를 열어 듣고 새기고, 그 뜻을 반영해 많은 지자체가 흠모하는 살기좋은 도시, 군포를 만드는데 모든 열정을 쏟아야 한다.
‘위기를 맞아 잘못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우다’(부위정경·扶危定傾)란 격언이 있다. 필자는 항상 이런 글귀를 간직하고 있다. 바로 지금, 모든 상황에서 ‘약간의 위기’감을 느끼기 위해서다. 주민이 행복한, 주민이 바라는 군포를 만들기 위해 ‘부위정경’을 다시 한번 곱씹어본다.
이석진 군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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