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1~3권 김진명 著, 휴먼앤북스 刊
“언제까지 ‘삼국지’를 통해 우리 역사를 볼 것인가!”
시대를 기록하는 작가적 사명감을 발휘하는 것일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데뷔하며 한국 문단을 뒤흔들었던 김진명 작가가 이번에는 고구려로 시선을 돌렸다. 현실과 픽션을 넘나들며 우리나라 역사의 미스터리들을 통쾌하게 풀어낸 작가 김진명의 신간 ‘고구려’가 그 결과물이다.
작가 스스로 ‘데뷔 당시부터 숙원해왔던 필생의 역작’인 이 작품은 고구려 역사 중 가장 극적인 시대로 손꼽히는 미천왕때부터 고국원왕, 소수림왕, 고국양왕, 광개토대왕, 장수왕까지 여섯 왕의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
이 중 3월에 출간된 1~3권은 미천왕의 일대기를 담았다.(3권은 오는 10일 출간 예정)
현실과 픽션을 넘나들며 우리나라 역사의 미스터리들을 통쾌하게 풀어내고 일본과 중국 등에 얽힌 역사적 관계를 재조명하며 독자로 하여금 애국심을 불타오르게 만드는 김진명 작가의 필력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거대한 서사 역사적 진실의 감동
속도감 있는 전개와 치밀한 구성
우리나라에 대한 사랑과 뚜렷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김진명 작가에 대한 기대감은 고스란히 신간 ‘고구려’에 옮아간다.
우선 출간된 세 권의 고구려는 ‘삼국지’와 ‘수호지’, ‘초한지’ 등 중국 서적을 번역해 필독서로 제정하고 읽게 하는 현실에 대한 작가적 반항심에서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17년간 사료 검토와 해석을 통해 당시의 고구려 상황과 동북아 정세를 아우르는 ‘대한민국표 역사소설’을 펴냈다.
첫 주인공인 미천왕(을불)은 왕의 손자로 태어났으나 도망자의 신분으로 갖은 고생을 하다가 왕위에 올랐던 고구려 제15대왕이다. 소설에서는 하루 아침에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 을불의 극적인 삶을 쫓는다. 목숨을 부지하는 것마저 힘겨운 상황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자가 왕이 되는 과정은 속도감 있는 전개와 치밀한 구성을 통해 쉴 틈 없이 펼쳐진다.
특히 작가는 조조와 유비의 유명세를 우리나라 영웅들에게 안기기 위해 ‘작정’이라도 한 듯하다.
을불을 둘러싼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은 단 한 페이지도 허술하게 읽지 않도록 독자를 이끄는 힘을 발휘한다.
천하에 무서울 것이 없는 선비족 우두머리 모용외, 진의 황제를 꿈꿨던 낙랑태수 최비, 여자임에도 남자들의 세상을 뒤흔드는 주아영, 낙랑 최고의 무예가 양운거까지 중국 역사서에서 마주했던 영웅들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감동을 새긴다.
한편, 김진명의 대표작으로는 대한민국 국호의 유래를 밝힌 ‘천년의 금서’, 일본의 한반도 침략이 어떤 역사논리로 이뤄졌는지를 규명한 ‘몽유도원’, 충격적인 명성황후 시해의 실체를 그린 ‘황태자비 납치사건’ 등이 있다. 값 1만2천800원.
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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