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형식으로 담아낸 유대인 ‘홀로코스트’

베아트리스와 버질   얀 마텔 著, 작가정신 刊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2002년 부커상 수상작 ‘파이 이야기’의 저자 얀 마텔이 9년 만에 장편소설 ‘베아트리스와 버질’(작가정신 刊)을 펴냈다. ‘파이 이야기’는 주인공인 소년 파이가 난파된 배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동물들과 함께 태평양을 표류하는 내용.

 

이번 소설에서도 작가는 당나귀 베아트리스와 원숭이 버질이라는 동물을 등장시켜 나치의 유대인 학살 ‘홀로코스트’를 상징적으로 조망한다.

 

재미있는 것은 소설의 화자가 작가 자신을 연상시키는 인물로 그려졌다는 것.

 

동물이 나오는 소설로 큰 성공을 거둔 작가 ‘헨리’는 상상력을 동원한 비유를 통해 홀로코스트를 다룬 소설을 완성하지만 출간 전부터 혹평을 받고 글쓰기를 그만둔다.

 

그러던 중 그는 기묘하면서도 재기 넘치는 희곡의 일부분이 담긴 우편물을 받고 발신자를 찾아 나선다. 바로 그 희곡이 당나귀 베아트리스와 원숭이 버질이 주인공인 미완성 희곡 ‘20세기의 셔츠’다.

 

헨리는 희곡의 작가를 찾다가 박제상점을 하는 노인을 만나고, 희곡에 등장하는 박제된 당나귀와 원숭이도 보게 된다. 이후 박제사가 쓰고 있는 희곡에서 홀로코스트에 대한 상징을 간파한 헨리는 노인이 희곡을 완성하는 것을 돕기로 한다.

 

동물의 입을 빌려 말하는 우화 형식은 인간의 추악한 만행을 더 적나라하게 지적한다. 값1만2천원

 

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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