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찾기 너무 힘들다"…가지급금 받기도 별따기

영업정지 부산저축은행 가지급금 지급 첫 날…새벽 줄서기는 기본, 밤샘 대기까지

"집을 하나 산 게 있는데 중도금을 내려고 모아 놓은 예금이 몽땅 묶였습니다. 가지급금이라도 빨리 받아야지요."

 

 

부산저축은행에 4천만 원의 예금이 묶여 있는 김형석(61,가명)씨는 2일 새벽 5시부터 부산저축은행 해운대 영업점 앞에서 시린 손을 비비며 줄을 섰다.

 

김 씨는 "당장 중도금을 내야하고 그렇다고 대출을 받자니 멀쩡한 내 돈을 놔두고 이자에 설정비까지 물고 대출받기는 너무 억울하지 않냐"며 "가지급금이라도 빨리 받으려고 새벽부터 서둘렀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씨가 새벽 5시에 도착했을 때도 이미 1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전날 밤 10시부터 은행 앞에서 기다렸다는 사람까지 있었다.

 

자녀의 결혼자금에 아파트 중도금 대출, 급히 갚아야 할 물품대금 등 갖가지 사유로 묶인 돈을 급히 찾아야 하는 사람들은 저축은행이 문을 열기도 전에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기다리다 지친 예금주들의 거센 항의에 밀려 은행 측은 영업 30분 전인 이날 8시 30분부터 번호표를 배부했고, 불과 30여 분만에 번호표 1천여장이 동이 났다.

 

영업시작 시간에 맞춰 온 사람들은 대기번호가 1천4백 번대까지 밀려 일주일 뒤에나 돈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런 북새통은 부산저축은행 화명점이나 하단점에서도 똑같이 연출됐고, 본점이 있는 초량동 영업점에서는 극에 다다랐다.

 

영업 시작 전에 부산저축은행 초량점 앞에 몰린 인파는 무려 3천여 명에 육박했고, 번호표가 배부된지 몇 시간이 지난 뒤에도 주변 보도를 가득 메운 인파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은행 앞에 줄을 선 인파는 대부분 인터넷 뱅킹을 할 줄 모르는 50대 이상 예금주들이 많았다.

 

은행 측 직원들이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인터넷 상으로도 가지급금을 신청할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대부분 "그런건 할 줄 모른다"며 줄을 지켰다.

인터넷으로 가지급금 지급 신청을 받고 있는 예금보호공사 홈페이지도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이날 오전 9시부터 먹통이 됐다.

 

예금보호공사 홈페이지에는 접속자가 폭주하자 서비스 이용이 원활하지 않다며 이날 오후 5시 이후에 신청하라는 공지까지 떴다.

부산저축은행 측은 다음달 29일까지 가지급금 지급을 계속할 예정이고 예금보험공사의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자금소진 우려도 없다며, 급전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신청을 늦추거나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오는 4일부터는 부산저축은행보다 예금자가 더 많은 부산2저축은행 등 4개 저축은행의 가지급금 지급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밤샘 줄서기와 인터넷 접속폭주 사태가 또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부산저축은행 예금주들로 조직된 '부산저축은행계열예금피해자대책모임'은 이날 오후 1시 부산 동부경찰서에 예금주 1천여 명의 서명을 받은 고소장을 제출해,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저축은행 사태를 일으킨 금융당국자들의 책임을 추궁했다.

 

또 오는 5일 오후에는 부산역 앞에서 부산저축은행 회생과 5천만 원 이상 예금주 보호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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