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가 다시 뿌리를 내린 지 20여년이 됐다. 특히 풀뿌리 민주주의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기초의회는 해를 거듭하면서 그 자리를 확고히 굳혀가고 있다. 더불어 1991년 부활 당시 안고 있던 많은 문제점들도 실마리를 풀어가면서 그렇게 우리의 민주주의는 조금씩 발전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지방의회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있고, 이들 숙제는 현재 의정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지방의원들이 해결해야 한다.
지방의회는 집행부와 주민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은 물론 대변인이자 대의자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지방의회의 제일 중요한 역할인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일부 행정관료 출신도 있지만 대부분 지방 유지들로 이들이 주민 대의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보좌할 지방의회 사무 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방자치법 제90조(사무처 등의 설치)와 제91조(사무직원의 정원과 임명), 제92조(사무직원의 직무와 신분보장 등) 등에 법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 조항에는 모순이 있다. 제91조 1항에 지방의회 사무직원 정수를 조례로 정하도록 돼 있고, 2항에는 사무직원은 지방의회 의장의 추천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하도록 돼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무직원 중 별정직, 기능직, 계약직 공무원에 대한 임용권은 지방의회 사무처장, 국장, 과장에게 위임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제92조에는 사무직원의 직무에 대해 사무처장, 국장, 과장은 의장의 명을 받아 의회의 사무를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임명권은 지방의회 피 감사기관의 수장인 단체장이 행사하고, 복무는 감사기관인 의회 의장의 명을 따르도록 하는 모순이 있는 것이다.
국회법상 국회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권은 국회의장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방의회 사무직원에 대한 인사권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견제·감시해야 할 지방의회 사무직원에 대한 인사권자가 아직도 의장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지방의회 사무직원들은 지방의회에 근무하면서도 인사권자인 자치단체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사무직원들이 소신 있게 의회 입장에서 집행부를 견제·감시하는 입장에 서면 다음 인사이동 때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사무직원들은 승진과 근무평정을 잘 받기 위해 의원들을 소신 있게 보좌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별정직, 기능직, 계약직 공무원에 대한 임용권이 지방의회 사무처장, 국장, 과장에게 위임돼 있지만 이들 사무처장, 국장, 과장에 대한 인사권자는 지방자치단체장이기 때문에 전혀 실효성이 없다.
국회처럼 의원마다 보좌관을 지정해 달라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집행부와의 완전한 독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인사권이 독립돼야 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법안 중에 이와 관련된 법안이 있다. 어느 선까지 독립이 이루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행정부와 완전한 독립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지방의회의 완전한 독립은 지역의 발전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더욱 활성화 하고 견고하게 다지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중앙정치권이 이 문제를 더욱 심도 있게 다룰 필요성이 있다. 방법으로는 우선 국회사무처를 중심으로 전국 지자체 사무처 및 기초단체 사무국 등의 인력을 통합하는 의회사무청을 설치, 전국 순환근무 또는 지역 순환근무 형식으로 체계적인 의회직 공무원 직제를 신설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 국회는 물론 지방의회가 국민을 위한 의회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이종호 양주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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