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흑인 노예여성이 쓴 첫 자서전

문학나들이

린다 브렌트 이야기 린다 브렌트 著, 뿌리와 이파리 刊

 

“내가 빛도 공기도 거의 들어오지 않고 팔다리를 움직일 공간도 없는 참혹한 독방에서 7년을 살았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다.”

 

‘나는 노예로 태어났다’는 고백으로 시작되는 미국 흑인 노예 여성이 쓴 최초의 자서전 ‘린다 브렌트 이야기’(뿌리와 이파리 刊)가 우리말로 출간됐다. 흑인 여성 노예였던 해리엇 제이콥스는 린다 브렌트라는 가명으로 남북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1861년 이 책을 써냈다.

 

저자는 주인의 끊임없는 성적 학대와 괴롭힘에 시달리다 극적으로 노예제가 폐지된 자유주(州)로 탈출하기까지의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삶을 들려준다. 노예제의 실상은 물론 노예 여성들이 겪었던 성적 착취와 학대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출간 당시 큰 충격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성적 학대 시달리다 극적 탈출

 

60~70년대 인권운동 등 영향

1813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노예로 태어난 해리어트 제이콥스는 열다섯 살이 되면서 주인 플린트 의사에 의해 끊임없는 성적 괴롭힘을 당한다. 6년 11개월 동안 좁디좁은 독방에서 유폐 생활을 견디는 등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북부로 탈출하는 데 성공하고 마침내 자유를 얻은 그는 린다 브렌트라는 가명으로 1861년 이 책을 출간했다.

 

혐오스러운 폭군에게 순결을 빼앗기느니 자신이 사랑하는 백인 남성의 아이를 갖는 게 낫겠다고 판단해 미혼모가 된 사연 등 파란만장한 스토리가 절절하게 담겨있다.

 

저자는 탈출 후 “노예제의 속박 아래 나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아니 그보다 더 극심한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200만 남부 여인들의 처지를 북부 여인들이 깨닫게 되었으면하는 바람에서 이 책을 썼다”고 고백한다.

 

린다 브렌트는 1863년 노예제가 폐지된 뒤에도 해방된 노예의 자립과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해 노력했으며 이 책은 1960~70년대 인권 운동과 여성 운동에 큰 영감을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옮긴이 이재희. 값 1만5천원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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