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군대를 둘러싼…긴박한 갑신정변 72시간

쇄국·개화파 알력 상상으로 담아 절묘한 구성·흥미진진 미스터리

왕의 군대  유광수 著, 휴먼앤북스 刊

 

조선 제22대 왕인 정조는 두 가지 유산을 남긴다. 다산 정약용에게 맡긴 금괴와 연암 박지원에게 맡긴 군대이다. 그리고 고종의 시대, 이 두 유산을 놓고 숨막히도록 긴장감 넘치는 72시간이 흐른다. ‘제1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가인 유광수의 두 번째 장편소설 ‘왕의 군대(휴먼앤북스 刊)’는 정조가 남긴 유산 ‘위대한 왕의 군대’를 둘러싼 치밀한 미스터리를 소재로 한 팩션이다.

 

소설은 쇄국과 개국 사이의 혼란, 청나라와 일본의 야욕, 민씨 일가의 폭정과 민초들의 암울한 현실이 혼재돼 암울했던 18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임오군란과 갑신정변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저마다의 대의를 품었던 여러 집단 사이의 알력을 상상력으로 빚었다. 임오군란은 고종 19년인 1882년 6월 일본식 군제(軍制) 도입과 민씨정권에 대한 반항으로 일어난 구식군대의 군변(軍變)이고, 갑신정변은 1884년(고종 21) 김옥균을 비롯한 급진개화파가 개화사상을 바탕으로 조선의 자주독립과 근대화를 목표로 일으킨 정변이다.

 

작가는 역사적 배경이 된 이 두 가지 사건의 관련 인물과 사실을 추척해 역사소설의 묘미를 드러내는 한편, 새롭게 탄생시킨 캐릭터들을 통해 금괴와 군대 등 정조의 유산을 둘러싼 다채로운 추론을 푼다.

 

청나라와 일본 등 외세에 휘둘리고 쇄국파와 개화파가 대립하며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조선. 이 때 고종의 신임을 받는 김옥균은 정조가 남긴 군대를 비밀리에 키우며 거사를 계획한다.

 

고관대작들을 연쇄적으로 살인하며 공포감을 조성하는 검은 복면의 흑표와 조선 최고의 검술을 자랑하는 송치현 등 작가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인물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조선의 개혁을 앞당기기 위해 나선다. 작가는 고종 또한 무기력하고 나약한 왕이 아니라 강력하고 독립적인 왕권체제를 갖추기 위해 전략을 펼치는 군주로 그리고 있다.

 

소설은 삼일천하로 끝나고만 갑신정변이 벌어지기까지의 긴박한 드라마를 각 인물의 생각과 행동을 쫓아 펼쳐 보인다. 이들의 운명적 충돌과 그 숙명적 결과를 씨줄과 날줄을 얽듯 흥미롭게 교차시키며 독자들에게는 삶의 목적과 올바른 길에 대해 묻는다. 값1만2천원.

 

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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