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캄보디아와 태국은 11세기 힌두교 사원의 소유권을 놓고 대포, 박격포까지 동원한 국지전을 벌였다. 이로 인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양측에서 발생했을 뿐 아니라 2008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프리히 비에르 힌두교사원의 일부가 파손됐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는 매우 높았다. 아세안의 의장국인 인도네시아가 중재에 나섰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자 급기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나서서 양측에게 “최대한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프리히 비에르 사원에 대한 양측의 소유권 논리는 달랐다. 캄보디아는 이 사원은 앙코르 와트 사원과 함께 캄보디아의 대표적 문화유산으로 이미 1962년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에 의해 캄보디아 사원으로 인정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200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태국은 근 수세기 동안 이 사원은 실질적으로 태국문화권에 속했으며 이미 태국법에 의거 문화재로 지정돼 있었다고 반박했다.
우리의 것으로 함께 인식해야
이처럼 문화유산을 놓고 관계국들간에 대립한 사례들은 많다. 우리도 수 년 전, 중국과 뜨거운 논쟁을 벌였던 고구려 역사 해석과 강릉단오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걸작 등재와 관련된 갈등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지난 날, 식민 지배를 받았던 대부분의 국가들은 아직까지 수 많은 과거의 유적을 간직하고 있다.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지역에서 영국, 네덜란드, 포르투갈,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이 구축한 성곽, 요새, 성당과 수많은 각종 건축물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혼재 양상은 전쟁과 무력지배를 통해서 뿐 아니라 평화시에도 다양한 문화접촉과 교류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이렇듯, 역사의 흐름과정에서 이질적인 문화가 접목돼 만들어진 유무형의 유산을 파괴와 갈등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상생과 화합 그리고 문화 발전적 관점에서 바라보자고 제시된 개념이 바로 ‘공동유산’(shared heritage)이다. 증오와 경멸의 대상이 아닌, 우리의 것으로 함께 인식하고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이 개념은 유형의 역사유적과 민족간 갈등에만 국한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질적인 전통과 관습 등 무형적 가치도 그 대상이 될 수 있고 한 국가내에서 종교적, 인종 갈등에도 적용될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세력에 의해 파괴된 바미얀 마애석불은 종교적 맹신에 의해, 구 유고의 보스니아에서의 문화재 파괴는 민족과 종교 갈등에 의한 반달리즘의 극치였다.
이미 외국인 100만명을 넘어선 한국사회는 외국과의 교류가 활성화될수록 더욱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한국사회 내 크고 작은 이질적인 문화권을 형성해 서울의 왕십리, 동대문, 이태원 뿐 아니라 안산, 부천 등 일부 지역에선 한국 속의 또 다른 외국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미 한국 속의 또 다른 외국
지금까지의 우리의 다문화 사회 정책은 서로 다른 피부, 국적, 종교, 문화를 가진 외국인들이 우리 한국사회에 잘 정착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치중해 왔다. 정부, 지방단체의 적극적인 노력과 많은 민간 NGO들이 참여한 결과, 비교적 짧은 기일내 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무리없이 추진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다문화정책의 기조는 여전히 외국인 동화정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즉, 외국인과 타문화에 대해 일정한 거리감을 두고 인식하는 제한적 수용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머지않아 이러한 제한적 인식을 넘어 그들의 유산도 우리와 동일한 공유유산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올 것이다. 허권 유네스코평화센터 원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