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회 여성은 아웃사이더였다”

<문학나들이> 조선의 여성 역사가 다시 말하다 정해은 著, 너머북스 刊

여성들의 삶을 통해 본 또다른 조선의 모습

 

1704년(숙종 30년) 10월, 의금부 감옥에 쉰을 훌쩍 넘은 양반가 여인이 갇혀 있었다. 여인의 이름은 신태영.

 

여인은 15년 전 남편이 자신을 내쫓을 때만 해도 서러운 마음을 가눌 길 없었지만 곧 다시 집으로 돌아갈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기는커녕 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여인은 27년 전 유정기라는 남자와 결혼했다. 결혼 후 12년 동안 모든 것이 순탄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불행이 찾아왔다. 남편에게 첩이 생긴 것. 남편은 막무가내로 행동하며 그녀를 구박했다. 급기야 집에서 내쫓는 것도 모자라 ‘정조를 잃었다’며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아 이혼 문제를 담당하는 예조에 이혼을 청구했다. 이혼을 신청할 무렵 남편의 나이는 예순이었다.

 

조정은 행실이 나쁜 여성이라는 죄목으로 그녀를 멀리 유배 보냈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기는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9년에 걸친 남편의 집요한 이혼 요청에도 예조는 이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정해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최근 펴낸 ‘조선의 여성 역사가 다시 말하다’(너머북스 刊)는 조선 시대 여성들의 삶을 통해 조선 사회와 문화를 들여다 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신태영을 비롯해 성종 때 스캔들로 유명했던 어우동, 천재 여성 시인 허난설헌, 길쌈 대신 공부가 하고 싶었던 소녀 이숙희, 혜경궁 홍씨, 황진이 등 조선 시대를 살았던 25명의 여성과 행주대첩에 참여한 무명의 여성들이다.

 

“여성은 조선 사회의 아웃사이더였다”고 말하는 저자는 아웃사이더였던 여성의 시선으로 그동안 간과해왔던 또 다른 조선의 역사상을 고찰한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뛰어난 행적을 남긴 것도 아니고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도 않은, 어쩌면 조선 시대 수많은 여성 가운데 일부에 불과한 20인 그리고 5인의 왕실 여성, 행주대첩에 참여한 무명의 여성들은 필자에게 역사를 ‘다르게’ 보는 법을 알려준 소중한 존재들”이라고 고백한다. 값 1만5천500원.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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