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장경, 중국 것 베낀 짝퉁?

대장경 탄생 1천년 맞아 숨겨진 가치와 오해 풀어

올해는 고려대장경 중 첫 번째인

‘초조(初造)대장경’이 편찬된 지 꼭 1천년이

되는 해다. 초조대장경은 1011년

(고려 현종 2년)에 나왔다. 고려대장경에는

‘초조대장경’과 대각국사 의천의 ‘교장(敎藏)’,

해인사 팔만대장경으로 불리는

‘재조(再造)대장경’ 등 세 가지가 있다.

우리나라 대표 문화유산으로 ‘단 하나의

오자도 없다’던가 ‘마치 한 사람이 쓴 듯 글자가

정연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 등

대장경에 대한 민족의 자부심은 대단히 높다.

여기에 찬 물을 확 끼얹는 주장을 하는

불전(佛典)연구자가 있어 눈길을 끈다.

 

대장경 천년의 지혜를 담은 그릇  오윤희 著

 

오윤희(53) 전 ㈔고려대장경연구소 소장은 최근 펴낸 책 ‘대장경, 천년의 지혜를 담은 그릇’을 통해 ‘고려대장경은 짝퉁이다’라는 주장을 내세워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저자는 초조대장경이 중국 송나라의 개보대장경을 엎어놓고 베낀 것이고 해인사 팔만대장경도 초조대장경을 높고 베낀 것이기 때문에,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이라는 말과 글씨가 수려한다는 말이 온전히 맞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오자는 초조대장경의 오자를 바로 잡은 과정을 보여주는 재조대장경의 ‘교정별록’에서도 수없이 등장한다고.

 

이 같은 주장은 기존에 우리가 배우고 생각해 온 대장경의 위대한 가치를 뒤엎는 주장으로 당황스럽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기존에 알려진대로 대장경이 불교의 경율론 삼장만을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기원전 2세기 서북인도를 점령하고 있던 그리스계 메난드로스 왕과 승려가 논쟁하고 있는 내용으로 그리스와 불교 철학의 만남을 다룬 저작 ‘나선비구경(흔히 ’밀리다팡하’로 불림)’과 불교 입장에서 보면 ‘외도(外道)’인 문헌들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저자는 대장경에 대한 기존의 인식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고려대장경의 역사적·문화적·기술적 의의가 축소되는 것은 아니라고 역설한다.

 

그는 대장경에 대한 오해를 벗겨내면서 숨어있는 진실과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다. 경전이 문자로 결집된 천 년 후 만들어진 고려대장경 그 역사적 순간에 얽힌 자료들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그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지혜의 큰 그릇이었음을 강조한다.

 

한편, 오윤희씨는 2005~2010년 고려대장경연구소의 소장을 역임했으며 지난해까지 ‘한일공동고려초조대장경 디지털화 사업’을 완료한 바 있다. 값 2만원.  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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