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흐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그리고 다시 스마트로 바뀌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스마트 시대의 특징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엔 스마트 폰이 기여한 바가 크다. ‘손 안의 세상’을 연 스마트 폰은 정보를 섭취하고 전달하는 속도가 TV와 PC보다 빠르다. 이유는 기존의 대중미디어를 비롯해 트위터, 페이스 북, 미투데이 같은 개인미디어의 활동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미디어의 경우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콘텐츠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스토리가 담겨 있어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개인미디어에 힘을 실어주는 ‘스토리’는 오래전부터 중요하게 여겨져 왔던 키워드다. 스토리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의사소통이나 문화 외에 마케팅 경쟁에도 많이 쓰여 왔다. 스토리란 기본 뼈대로 만들어진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코카콜라·나이키·스타벅스와 같은 많은 기업의 성공 열쇠가 되기도 했다. 상품 속에 담긴 스토리는 소비자에게 상품 본래의 기능은 물론 심리적 충족감과 정서적 가치를 느끼게 한다. 이렇게 상품을 인지한 소비자들은 상품과 스토리를 함께 구매하는 것이다.
농촌 역시 무궁무진한 스토리를 품고 있는 아이템이다. 이에 농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그 스토리들을 최대한 꺼내 활용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농업은 몇 해 전부터 다양한 분야와의 융·복합은 물론, 스토리텔링 마케팅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농촌진흥청이 추진하는 향토음식자원화사업을 들 수 있다. 그중 ‘농가맛집’ 조성사업은 지역 고유의 농산물과 전통문화를 하나의 스토리로 엮는다. 그리하여 향토음식 상품화 및 체험, 스토리가 있는 맛집을 조성한다. 지난 2010년까지 60곳이 선정돼 7천만∼1억원 정도의 지원을 받으며 운영되고 있다. 이를 통해 농업인은 농산물 생산 외에도 새로운 외식 기반 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다음으로 농촌 어메니티를 예로 들 수 있다. 농촌에 존재하는 스토리, 즉 그 지역의 역사, 문화, 향토 무형자원은 새로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보물이다. 농촌은 내 고향, 부모의 고향, 나아가서는 우리 조상의 고향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의 역사를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농촌의 멋과 흥이 묻어있는 자원은 도시인들의 감성과 향수를 자극한다. 이러한 요소를 잘 반영한다면 관광산업으로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이는 농민의 삶의 질은 물론 국민과 해외 관광객에게 새로운 휴식공간을 제공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 밖에도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농업인도 크게 늘었다. 미디어가 제공하는 다양한 농업 관련 정보를 농장 경영에 참고하거나, 직접 소비자와 소통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자신의 개인 미디어를 통해 농산물 생산 과정을 지속적으로 공개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 판매로 이어나가기도 한다.
농촌의 스토리텔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아직은 도시민과 관광객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차별화된 스토리가 부족하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 농업·농촌의 전통 문화 자원이 더욱 많이 발굴되어, 그것들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고, 이 스토리를 여타의 스토리텔링과 차별화시켜 새로운 부가가치산업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을 농촌의 주체인 농업인과 국가의 몫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스토리는 많은 사람들의 머리와 입이 모였을 때 더욱 풍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농촌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길 바란다. 정광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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