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집행정지 50대 병원서 잠적

도주 사전차단 시스템 없어 논란

사기죄로 10년형이 확정된 뒤 또다른 사기사건으로 추가기소돼 재판을 받던 50대가 구속집행정지 기간 중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잠적했다.

 

하지만 중형이 예상되는 범죄자가 구속집행정지를 받고 도주할 시 이를 사전에 차단할 장치가 없어 관리체계의 허술함을 드러내고 있다.

 

30일 인천지법 및 인천지검 등에 따르면 여러 건의 사기범죄로 인천지법에서 재판을 받아오던 김모씨(57·사기전과 7범))가 구속집행정지 기간 종료일을 하루 앞둔 지난 21일 오후 도주했다.

 

심근경색을 앓던 김씨는 지난해 12월22일 법원으로 부터 1개월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지난 3일 인천 길병원에서 심혈관 확장수술을 받고서 입원 치료 중이었다.

 

김씨는 잠적하면서 ‘다음 재판 때는 꼭 나오겠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부인과 담당 변호사 앞으로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씨 처럼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고 중형이 예상되는 피고인이 구속집행정지 기간에 도주하더라도 이를 사전에 막을 장치가 없다는 게 문제다.

 

법원은 구속집행정지를 내리면서 피고인의 거주지를 제한하고 있지만 이를 상시 감시하고 동향을 파악하는 시스템이 없어 잠적시 대안이 없다.

 

또 법원이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앞서 검찰에 의견을 묻지만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하기 때문에 검찰 부동의가 효력을 얻지 못한다.

 

김씨의 경우도 당초 검찰이 ‘죄질 불량’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에 동의하지 않던 것을 법원이 김씨의 건강상태를 고려, 구속집행정지를 내려 적절성 논란도 일고 있다.

 

인천지법 관계자는 “김씨의 건강이 수술을 요할 만큼 위중한 상태로 판단돼 1개월 구속집행정지를 결정했다”며 “자칫 피고인이 구속수감 중 사망할 수도 있는 만큼 구속집행정지가 적정했는냐를 따지기 보다는 피고인의 도주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숙기자 phs@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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