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일용직 근로자 ‘힘겨운 겨울나기’
영하 5도 이하땐 대부분 공사현장 휴무
새해들어 3~4일만 일해 구직자들 한숨
“설날에 세뱃돈이라도 줘야 하는데 남은 날이라도 쉬지 않고 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26일 새벽 5시20분께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 모 인력공급회사 사무실. 일용건설 근로자 3~4명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손을 비벼 가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들은 사무실 앞에 봉고차가 이따금씩 도착할 때마다 먹이를 기다리는 새끼 새처럼 현관문만 바라보고 있었지만, 일자리를 찾아 나가는 근로자들은 좀처럼 줄어 들지 않았다.
6년 전만 해도 토목회사를 운영했다는 이모씨(53)는 “겨울철은 일자리가 없다지만 요즘은 정말 심하다”며 “그래도 오늘은 지방이라도 가게 됐으니 멀기는 해도 이틀은 걱정 없겠다”고 말했다.
건설현장 특성 상 영하 5℃ 이하로 떨어지면 콘크리트 타설이 불가능, 현장 자체가 쉬는 날이 많다.
특히 요즘처럼 눈이 많이 내리면 1주일은 아예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다.
이날 오후 1시께 부평구 부평동 부평시장 인근 일일근로자 대기소. 새벽 5시부터 이곳을 찾은 구직자 40여명 가운데 불과 10여명 정도만 ‘하루살이 인생’을 허락받았고, 나머지 구직자들은 하릴없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30년째 건설현장에서 일했다는 김모씨(60)는 “설날에 손자 세뱃돈이라도 주려면 주말에도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나마 철근 기술이 있어 일당으로 남들에 비해 2배에 가까운 12만원을 받고 8일 정도 일을 나갔지만, 옆에 앉아 있던 송모씨(49)는 “새해들어 3~4일 정도만 일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특별한 기술도 없어 따로 찾는 현장도 많지 않다”며 “설날 딸이 올텐데 용돈이라도 쥐어줄 생각을 하니 걱정부터 앞선다”고 말했다.
대기소 관계자는 “여기 오는 구직자들의 사연을 들으면 하나같이 힘들다”며 “일이 없어 쉬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yjunsay@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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