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여행서 시작된 20여년 세계 유량기

길 걷는 디자이너  정수하 著

연일 온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추위로 바깥출입이 꺼려지는 요즈음 뉴스나 컴퓨터 모니터로만 접하게 되는 세상구경에 신물이 난다면, 한 권의 책을 통해 전 세계를 유람하는 간접경험은 어떨까. 그것도 마치 유화 전시회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책 곳곳에 유화 그림과 현장의 생생함을 담은 사진까지 감초처럼 배어있는 책이라면?

 

바로 저자 정수하씨가 스케치여행을 떠난 미대생에서 과수원과 목장의 잡부로, 원양어선의 어부로, 지방 카바레의 드럼 연주자로, 20여년을 유럽과 아시아, 독일 등지를 유랑하며 겪은 경험담을 엮은 책 ‘길 걷는 디자이너’(멘토프러스 刊)가 그것.

 

책은 31개의 에피소드들이 하나의 줄거리를 만들어낸다. 유년시절부터 청년시절까지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추억과 경험들이 색색깔의 크레파스처럼 늘어서 있는 줄거리를 훑다보면 이국의 낯선 문화와 마주하기도 하고, 망망대해에서 외로움과 사투하는 어부가 되기도 하며, 현란한 붓놀림으로 캔버스에 오브제를 수놓는 작가가 되는 대리만족을 충족할 수 있다.

 

특히 책은 돈을 잔뜩 들여 멋들어지게 하는 여행이 아닌, 길을 걷다 만난 사람들과 인연을 통해 벌어들인 여행의 참맛을 전하고 있다. 값 1만4천500원

 

권소영기자 ksy@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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