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약 5년 전, 한 인터넷 저널에 ‘텔레마케터, 여성유망직종?’이라는 글을 실은 적이 있다. 텔레마케터는 노동부가 지난 1999년 발표한 ‘여성유망직종 70선’에 포함돼 있었고, 여성부가 2004년 ‘여성신직업페스티벌’에서 발표한 ‘여성직업 100선’에도 포함돼 있는 ‘의심할 여지없는’ 여성에게 유망한 직종이었다.
당시 필자가 쓴 글의 요지는 ‘텔레마케터’로 표방되는 ‘여성유망직종’은 여성들이 취업하기 어려운 노동시장에서 취업 가능한 직종이라는 점에서 ‘유망한’ 직종이며 스스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고마운’ 직업일 수는 있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객만족’을 위한 지나친 감정노동의 요구, 그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의 강화, 그럼에도 낮은 보상체계, 높은 이직률 등을 통해 볼 때 ‘괜찮은’ 일자리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취업 가능’에 초점 둔 여성유망직
사실 여성유망직종이라고 소개되는 직종들을 보면 ‘유망하다’는 개념이 매우 혼돈스러워진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유망하다’는 ‘희망이 있다’는 것이라고 돼 있다.
그런데 여성유망직종이라고 소개되는 직종들을 보면 ‘유망하다’는 개념보다는 ‘여성이 취업 가능한 직종’이라는 개념과 더 가깝게 느껴진다.
실제로 지금까지 소개된 여성유망직종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취업이 어려운 노동시장에서 그나마 여성들의 진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여성들이 진입이 가능한 직종은 안타깝게도 저임금(또는 불안정한 임금)이고, 이직률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저임금은 열악한 근로조건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높은 이직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리고 높은 이직률은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여성들이 ‘유망직종’의 꿈을 안고 해당 직종에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을 한다.
많은 여성들이 ‘여성유망직종’에 진입하지만 보상에 비해 너무 힘들고, ‘전혀 유망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간 자리에 또 다른 여성들이 ‘유망’직종의 꿈을 안고 진입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유망직종’에 성별분리 사라져야
사실 필자 또한 정책연구원에서 여성고용 관련 연구를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여성유망직종’을 제안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될 때가 있다. 여러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여성유망직종’을 제안하는데 이때 ‘해당 직종에 여성이 취업 가능한가’라는 현실적인 조건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일단 여성들의 진입이 가능해야 ‘희망을 찾을 가능성’이라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여성유망직종’은 매우 익숙하지만 ‘남성유망직종’은 매우 낯선 개념이다. 굳이 ‘남성유망직종’을 선정할 이유가 없는 것은 ‘여성유망직종’을 제외한 모든 유망직종은 남성에게 유망하기 때문인가? 그런데 ‘일반적인’ 유망직종은 ‘여성유망직종’과 큰 차이가 있다. 무엇을 유망직종이라고 보는가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직업의 안정성과 보상의 적정성을 기준으로 볼 때 이른바 ‘유망직종’은 사실 남성에게는 물론 여성에게도 매우 유망한 직종이다. 현실적으로는 ‘여성유망직종’으로 분류된 직종보다 여성이라는 글자가 빠진 ‘유망직종’이 여성에게도 진정 유망한 직종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남성에게 유망한 직종이 여성에게도 유망한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건 노동시장에서 성차별적 기제로 작동하는 성별직종분리가 그만큼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현재 노동시장에서 여성일자리는 여성친화직종이라고 불리는 전통적인 여성직종과 여성에게 ‘비전통적 직종’이라고 분류되는 ‘남성직종’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일자리는 ‘비전통적 직종’으로 불리는 ‘남성직종’이며 이러한 직종에는 여전히 여성들이 진입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노동시장에서 성별직종분리가 사라져서 ‘여성유망직종’을 굳이 따로 분류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빨리 오기를 바란다. 정형옥 道가족여성연구원 성평등·고용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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