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각지에서 멧돼지가 출몰하여 사람을 공격하고 교통사고를 내는 등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얼마 전 고속도로에 멧돼지가 뛰어들어 달리는 자동차에 부딪혔고, 그 충격으로 자동차에 화재가 발생하여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부산에서는 심야에 멧돼지 2마리가 고속도로에 뛰어들어 차량 2대와 충돌해 운전자가 크게 다치는 사고도 발생했고, 편의점에 멧돼지가 침입하여 물건을 망가뜨리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청주시내에는 멧돼지 6마리가 떼지어 출몰하여 상가출입문을 부수는 등 소동을 벌였고, 경기도 여주에서는 멧돼지가 사람을 공격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로인해 한 지방자치단체는 시내 인근 야산의 멧돼지 서식지 실태조사에 나섰고, 멧돼지를 포획하기 위해 총기사용을 경찰과 협의한다고 한다.
매년 가을을 기해 멧돼지 출몰이 잦은 이유는 서식밀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환경부자료에 따르면, 멧돼지의 적정 서식밀도는 1㎢당 1.1마리지만 무려 4배에 가까운 3.8마리가 서식한다고 한다. 수렵이 일절 금지된 수도권의 경우, 멧돼지 서식밀도는 전국평균 보다 배 이상 높은 7.5마리로 나타났고, 특히 경남은 서식밀도가 더 높다는 국정감사 자료도 나왔다.
야생동물의 서식밀도가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밀렵이 근절 되었고 생태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멧돼지 개체 수 조정은 수렵 밖에 없지만, 총기로 멧돼지를 잡는다는 것은 재주 많은 사냥꾼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하지만 밀렵은 멧돼지 이동 통로에 올무를 설치하고, 꿩·오리 같은 조류는 ‘다이메 크론’ 같은 무색무취(無色無臭)한 농약을 먹이에 섞어 서식지에 뿌려 한꺼번에 많이 잡아 왔다. 따라서 밀렵의 주범은 올무와 독극물이지만, 총기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많은 규제를 받아왔고, 정책에서도 소외됐다.
또한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한해 200억 원이 넘지만, 신고된 것만을 집계한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피해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멧돼지의 잦은 출몰을 두고 혹자는 지나친 보호논리 때문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수렵과 유해조수 포획을 매년 허가하고 있고, 심지어는 1년 12달 유해조수 포획을 허가하는 자치단체도 있다.
하지만 수렵과 유해조수 포획을 매년 무제한 허가해도 야생동물 개체수가 증가하고, 멧돼지가 인가에 출몰하는 등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면 현행 수렵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 2002까지 1년에 2개도(道)를 수렵 해제하는 순환 수렵장 제도를 운영해 왔으나, 모 수렵단체의 건의를 받아들여 군(郡)단위 수렵장으로 바꿔버렸다. 하지만 군 단위 수렵장은 1달 정도 수렵을 하고나면 많은 동물들이 수렵이 해제되지 않는 인근 지역으로 피해버리기 때문에 수렵인들은 사냥할 동물이 없다는 불만이 커, 우리협회는 도 단위 수렵장으로 수렵제도를 다시 바꿔 줄 것을 수차례 걸쳐 환경부에 건의했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수렵이 해제되지 않는 인근 시·군 지역은 농번기만 되면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매년 유해조수 포획을 허가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그러나 유해야생동물포획은 특정단체에 소속된 사람만이 할 수 있고 환경부 또한 그 단체만을 적극 활용하도록 지시하고 있어, 그 단체를 위한 정책이라는 비난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음으로 문제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수렵장 허가로 얻어지는 수익금이 적고 총포사고와 민원발생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수렵허가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또한 전국의 19개 시·군이 수렵을 해제했고, 멧돼지 포획은 무제한 허가한다고 하지만 현행수렵제도를 바꾸지 않고는 멧돼지 개체 수 조정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오수진 한국총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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