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스러운 일본의 한 농부가 11년이나 걸려서 성공했다는 썩지 않는 ‘기적의 사과’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사과나무 무농약 재배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킨 주인공은 우리나라에도 왔던 기무라 아키노리씨다.
죽으러 갔던 산에서 자연이 키워내는 도토리나무를 보고 문득 깨달았다고 한다. 나무의 위가 아니라 아래 뿌리가 박혀 있는 토양을 먼저 만들어야 건강한 나무로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친환경 토양관리를 통해 사과 무농약 재배에 성공하게 되었다는 얘기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프랭클린 킹이라는 미국인이 우리나라를 여행하였다. 그는 미국 농무성 토양관리국장을 지낼 만큼 당대의 서구 과학에 정통하였다. 그가 여행 중에 느낀 대한민국의 농업은 그야 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그가 쓴 책 ‘유기농업의 원류 중·한·일 - 4천년의 농부’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미국은 동서 간 국제협약으로 야구와 같은 스포츠 팀 교류에만 국한해선 안 된다. 최고의 학생들을 교환하여 한국의 농업을 배워야 한다. 무엇보다 이들은 혼자 이익을 취하지 않고 서로 돕는 정신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것은 세계평화를 위해서도 매우 효율적이며, 이를 위해 미국은 해군력 증강을 위한 예산을 조금만 줄여도 충분히 이룰 수 있다’
당시 프랭클린 킹이 자기 국민들에게 간절히 호소한 것은 서구의 과학농법에 비해 좁은 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대한민국의 농업기술, 그리고 서로 도와 가면서 땅을 가꾸는 지혜를 직접 가서 배워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 당시 우리의 농업은 지금 우리가 그렇게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는 유기농업으로 100년 전에 이미 미국인의 귀감이 될 만큼 우리 조상들은 유기농업에 대해 앞서 있었다.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안전한 웰빙 식품으로 유기농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요구가 점점 더 높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1년 세계유기농대회를 앞두고 유기농업에 대한 관심이 최근 크게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배의 경우 유기재배는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 현재 무농약 재배와 유기재배 농가를 모두 합쳐도 전체 배농가의 0.5%이고, 유기재배농가는 0.2%로 선진국 수준의 10~20%보다는 크게 낮은 실정이다.
배 유기농재배가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오랜 기간 화학적 방제에 의존하여 다수확 재배방식에 적응되어 온 식물체가 병해충에 허약하고 천적 등의 소멸로 재배환경 또한 매우 나빠져 있어 유기농업을 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둘째, 유기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부족하여 일반농산물에 비해 충분한 값을 받지 못하고 어렵게 생산한 과실의 판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셋째, 토양과 수질오염을 줄이고 생태계를 살리는 무농약 재배를 하기 위해서는 농약을 살포하는 인접 농가로부터 떨어져야 하므로 과수원 입지여건이 만만치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배 유기재배가 희망적인 이유는 배 재배농가가 가지고 있는 철학적 신념 때문이다. 일본의 기적의 사과가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전부터 우리는 지속농업과 친환경농업에 관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현재 배 유기재배 농가에서는 병해충에 강한 품종을 찾아내어 면적을 확대하고 있고, 병 방제에 효과가 있는 유기농자재와 식물추출물을 계속 탐색하고 있으며, 해충 방제를 위한 유인트랩, 교미교란제, 천적의 활용을 통해 점차 유기재배에 대한 자신감을 높여가고 있다. 화학비료를 끊고 자연 초생재배로 토양내 생물적 환경이 날로 좋아지면서 나무가 더욱 병해충에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 농업인은 끈기 있고, 성실하고, 환경 친화적인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어 앞으로 배 유기농업이 지속가능한 친환경 농법으로 자리 잡아 많은 기적의 배를 생산해 소비자들에게 공급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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