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청계목장서 체험하는 ‘목동의 하루

우유를 테마로 한 다양한 체험거리 즐비

용인 청계목장을 찾아가는 여정은 간만에 밝은 햇살을 내민 이른 오전에 시작됐다.

 

5월의 첫째 주말, 차창을 모두 내리고 봄 바람을 한껏 느끼며 영동고속도로를 내달리기를 2시간30여분, 시원한 너른 들판이 좌우를 가르자 ‘외부인 출입 통제’ 푯말이 써진 청계목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때 갑자기 큰 소음과 함께 등장하며 넉넉한 인사를 건네는 목장 체험 기획 담당 조근우씨. 그는 미니밴처럼 아기자기한 트렉터에서 내려서는 한한 미소로 기자를 맞는다.

 

구제역 때문에 외부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한정된 인원의 체험객들에게만 목장을 공개한다는 설명과 함께 조씨의 안내를 받아 들어선 목장엔 희미한 소똥 냄새와 끈적한 비린내가 소목장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제일 먼저 기자를 맞은 건 엄마품서 갓 태어난지 몇 개월 되지 않은 어린 송아지들이었다. 가까이 가기엔 냄새가 심했지만, 큰 눈망울을 이리저리 굴리며 아이들이 건네주는 4L짜리 우유통 꼭지를 열심히 빨아대는 모습이 여간 귀여운 게 아니었다.

 

청계목장선 송아지 우유주기 체험 외에도 7종류의 체험을 할 수 있다.

 

우선, 성인 키만한 거대한 앞 바퀴가 앙증맞은 운전석에 연결돼 있고, 뒤로는 체험객들이 탈 수 있는 열차식의 트렉터를 타고 56만1천983.471㎥의 목장부지를 둘러보는 ‘트렉터 타기’를 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성인의 2~3배는 족히 돼보이는 엄마 젖소의 젖을 직접 손으로 짜보며 우유의 촉감과 자연의 온기를 느껴보는 ‘엄마소 젖짜기’. 여기에 우리 소인 한우를 직접 보고 소들의 밥인 건초를 직접 건네주는 ‘건초주기’(한우체험) 등은 야외서 느낄 수 있는 체험거리들이다.

 

“자, 이번 시간은 여러분과 함께 치즈를 만들어 볼꺼예요. 덩어리진 치즈는 목장서 방금 짜낸 우유로 직접 만들어낸 거예요. 두 손으로 이렇게 길게 늘리면 반죽처럼 수제치즈가 만들어지지요. 이젠 치즈를 넣고 미니 피자를 만들어볼까요?”

 

젖소체험을 뒤로 하고 고소한 치즈냄새를 따라 낮은 언덕배기를 넘자, ‘밀크스쿨’이라고 써진 아담한 단층 건물선 수제치즈만들기와 미니피자, 아이스크림 만들기가 한창이다.

 

(사)한국장애인부모회 용인시지부 공동생활가정 두드림 소속 정신지체 장애학생 50여명을 대상으로 열심히 치즈만들기 강의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엔 치즈의 부드러운 촉감을 오감으로 느끼는 아이들과 지도교사들이 한 몸이 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에겐 이렇게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체험거리가 필요합니다. 살아있는 동물들과 교감하며 아이들이 느끼는 동화감은 얼어붙은 정서를 따뜻하게 만들고, 닫힌 마음을 풀 수 있는 좋은 기회지요.” 장애학생들을 인솔해 온 조영애 지부장은 체험학습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바탕 부산한 치즈만들기가 끝이 나자, 소녀시대의 ‘오(Oh)~’가 시끄럽게 울리는 곳으로 자연스레 눈이 갔다. 치즈클래스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 강의실에선 ‘우유 아이스크림 만들기’가 한창이었다.

 

이번 클래스는 쵸코, 딸기, 바닐라 등 색깔만으로도 군침도는 식용 액상과 우유를 섞어 얼음과 소금이 담긴 쟁반위에서 살살 저으면 금세 아이스크림이 되는 마술처럼 신나는 시간.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하얀 스푼을 들고 아이스크림을 떠 먹느라 부산했다.

 

청계목장엔 이처럼 풍성한 체험거리 외에 56여만㎡의 너른 대지 위에 구역별로 잘 조성된 조경도 볼거리다. 소나무 군락, 야생화 화단 등은 가족끼리 손잡고 산책하기 좋은 아이템. 토끼, 풍산개, 노루 등을 볼 수 있는 ‘동물농장’과 경마연습장에서 타보는 포니승마 체험은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이다.

 

젖소만 200두(착유우 100두, 육성우 70두, 송아지 30두), 한우 350두의 대형목장을 운영하는 것이 어렵지 않냐는 기자의 말에 되레 손사래를 치는 조씨. 부친의 가업을 이어받아 목장2세대로서 기본적으로 소들을 튼튼하게 잘 길러내는 일 외에, 1년여밖에 되지 않은 체험공간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팬션까지 완벽하게 구비해 1일체험 숙박코스로서 제대로 된 목동체험을 관람객들에게 제공할 때까지 갈 길이 멀어 힘들 여유도 없단다.

 

나들이가 잦아지는 계절이다. 사람 많은 유원지서 이리저리 부대끼는 것이 싫어 나들이를 망설인다면 아이들과 너른 들판서 뛰놀며 동물사랑도 배우고, 일일 목동체험으로 진한 우유의 매력에도 풍덩 빠질 수 있는 ‘목동의 하루’를 제안한다.

 

문의 (청계목장 홈페이지 www.cheonggyefarm.com·031-332-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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