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22일 만에 ‘귀환’

사고에서 실종자 시신 수습까지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한 천안함의 함미가 사고 발생 20일 만인 4월 15일 수면 위로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지만 실종자들은 ‘주검’으로 돌아와 전 국민을 비통함에 빠뜨렸다.

 

실날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가족들은 평택 2함대사령부에 안치된 시신을 보며 오열했고 ‘왜 내 자식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통탄을 금치 못했다.

 

함미 인양이 시작되면서 천안함 침몰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민군 합동조사단도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 실종자 가족들은 이제 사고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돼 자식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천안함 침몰 이후 함미 인양과 실종사 시신을 수습하기까지 상황을 정리해본다.

▶사고 발생

 

지난 3월 26일 밤 9시22분께 해군 1천200t급 초계함 천안함이 두 동강 난 채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승조원 104명 가운데 58명은 구조됐지만 나머지 46명은 선체 뒷부분, 함미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

 

사건 발생 사흘째인 28일, 군은 실종자 다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함미의 위치를 확인, 실종자 수색 작업을 시작했지만 기상악화로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수중 수색작업을 벌이던 해군 특수전여단(UDT) 소속 잠수요원 한주호 준위가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어 4월 2일에는 실종자 수색작업에 참여했던 쌍끌이 어선 금양98호가 해상 사고로 침몰했고, 하루 뒤에는 함미 내부에서 실종자 남기훈 상사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 수색 작업 환경이 위험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실종자 가족들은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군 당국에 인명구조 작업 중단을 요청했고, 군은 이를 수용해 4일부터 본격적인 선체 인양작업에 나섰다.

 

▶사고 22일만에 선체인양 성공

 

배를 들어 올리기 위해서는 인양용 체인 함수 부분에 4개, 함미 부분에 3개 연결되야만 대형크레인을 이용해 물 밖으로 끌어올린 뒤 바지선에 싣게 된다.

 

하지만 사고해역에 유속이 빠르고 기상여건이 좋지않아 선체에 체인을 연결하는 작업이 더뎌졌고, 군은 ‘왕사리’(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심한 때)가 시작되기 전에 12일 두번 째 체인연결에 성공한 뒤 함미를 해수면이 낮은 백령도 근해 방면으로 4.6km 이동시켰다.

 

그리고 14일 저녁에 마지막 세 번째 체인을 연결, 15일 결국 함미 인양에 성공했다.

 

당초 한 달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던 함미 인양 작업을 보름만에 끝낸 것이다.

 

천안함 함미는 17일 저녁 평택항 해군 2함대 사령부로 귀환했다.

 

함미는 바지선에 탑재돼 평택항으로 옮겨지기 전 실종장병들에 대한 수색작업 및 시신 수습이 이뤄졌는데 실종자들은 대부분 기관부 침실과 사병식당 등에서 발견돼 평택 2함대사령부에 시신이 안치됐다.

 

▶함미 침몰원인 본격 조사

 

군 당국은 외부충격이나 내부폭발로 인한 침몰 가능성 모두를 배제하지 않고 천안함의 사고원인을 규명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군은 일단 함미 상부구조가 유실됐고 절단면이 찢긴 상태로 볼 때 암초 충돌이나 피로파괴 가능성은 일단 낮고 뭔가 폭발에 의해 침몰당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폭발도 내부폭발이 아니라 외부 충격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탄약고 바로 위 갑판에 있는 76mm 함포가 온전히 남아 있어서 탄약고 폭발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민·군 합동조사단은 함미가 인양되던 날 바지선에 현장조사팀 38명을 투입, 본격적인 조사 활동에 들어갔다.

 

현장조사팀은 군 인사 26명과 민간인 10명, 미국 조사요원 2명으로 구성됐으며, 민간은 윤덕용 공동조사단장을 비롯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요원2명, 함정구조 전문가 4명, 폭발유형분석 전문가 3명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함미 절단면을 중심으로 선체 전반에 대한 정밀영상을 촬영하는 등 선체 절단 원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절단면 분석이 핵심 작업이지만 금속파편 수거도 병행하고 있다. 천안함이 외부 충격으로 침몰했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파편이 원인 분석을 위한 중요 단서로 부각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19일 현재 합동조사단의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침몰 원인을 예단할 시기는 아니다”면서 “다만 절단면의 상태로 미뤄 내부 폭발이 아니라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실종자, 그리고 갖가지 의혹과 함께 바닷속으로 가라앉은지 20여일 만에 인양된 천안함이 그동안의 궁금증을 풀어낼 수 있을 지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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