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돼 가는 이들

임양은 본사주필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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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은 가슴 아픈 이야기다. 북한은 국민의 생존에 대해 양식이 없다고 손을 벌리고, 진리를 차단하고 자유가 없다. 비관적이다” 누가 했든 이는 바른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한 정진석 추기경더러 ‘꼴통 반공주의자’라며 서울교구장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윽박지른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라는 사람들이 그런다.

 

이들이 꼬투리 잡은 또다른 말이 있다. “주교단에서는 4대강 사업이 자연파괴와 난개발 위험이 보인다고 했지, 반대한다고 한 소리는 안했다”라는 대목이다. 이를 그들 사제단은 ‘추기경의 궤변’이란 성명에서 “주교회의의 분별력을 경시하고 판단행위마저 부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선 가톨릭 내부의 일임으로 더 뭐라고 하지 않겠다. 다만 나이로나 지위로 보아, 국내 가톨릭 수장인 어른에게 차마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는다. 외국 토픽감이다. 나라 망신이다.

 

정의구현사제단의 ‘불의’

 

도대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추구하는 정의란 무엇인가, 공동선이 정의라고 한다면 이들 사제단은 정의를 말할 수 없다. 이 사람들이 추구하는 정의는 공동선이 아닌 독선이기 때문이다. 정의는 커녕 불의다. 정진석 추기경 말을 가르켜 “(북에 대해) 미움이나 부추기는 골수 반공주의자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으니 교회의 불행이다”라는 것은 억지 논리의 비약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동선은 균형 감각이 활성화한 반면에 독선은 한쪽 감각에 빠진다. 남북관계 비교를 들어 이들 사제단 행적을 보면, 독선이 얼마나 자심한가를 안다. 예컨대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와 이른바 광우병대책회의를 주도하고, KAL 858기 폭파 조작설,1987년 대통령선거 컴퓨터 부정 개표설을 들고 나오는 등 터무니 없는 주장이나 폭로가 비일비재 했다. 정부가 하는 일은 사사건건 트집잡기 일쑤이면서, 평양집단엔 관대하기가 무한한 것이 소위 이들 사제단이 말하는 정의다.

 

배곯은 인민들이 딴 나라로 도망가 유랑하는 탈북사태에도, 정치범 수용소며 공개총살을 일삼는 인권 부재에도, 현대판 김가 왕조의 3대 권력 세습에도, 핵 등 대량살상 무기 개발에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에도 구린 입하나 떼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비겁자들이 이들 사제단이다.

 

“한국 영토에 포격을 가해 인명피해를 낸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것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13일 모스크바를 찾은 박의춘 평양 외상 면전에서 한 말이다. 러시아 외상은 한·미 연합훈련엔 우려를 표시했으나, 사태의 발단이 된 연평도 포격엔 이처럼 평양집단의 책임을 추궁했다. 북·러 외무장관의 이 회담에 북의 중앙통신은 “호상 관심사에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이 진행됐다”고만 짤막하게 보도했다.

 

러시아 이국도 이런터에 국민인 이들 사제단이 평양에 사족을 못쓰는 ‘북맹심취’(北盲深醉)는 과연 남들이 말하는 ‘좌파종북주의병’이 맞는지 묻는다. 이미 한물간 구닥다리 해방신학 영향이라면 의식 수준이 한심하다.

 

공동선 아닌 독선에 빠져

 

지금은 유신정권이나 신군부시대가 아니다. 국민들 선택에 의한 합법정부의 헌정시대다. 이런 정부를 두고 평양집단을 우위시하는 이들 사제단의 헌정 위협 착시(錯視)는 위험하다. 1970년대 독재정권에 저항했던 원래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는 판이하게 변질됐다.

 

정치를 정녕 그토록 하고 싶으면 옷을 벗고 정치일선에 나서라, 종교의 우산 가림막 속에서 무책임한 소리를 일삼는 것은 떳떳지 못하다. 북녁 땅엔 신부가 없다. 있다면 가짜다.“진정으로 용기가 있다면 그곳에 가서 정의를 구현하고 순교하라”는 어느 누구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 천주교는 대원군 시절 국내 초대교회 순교자들이 흘린 수많은 피로 시작됐다. 이 순교자들이 지금의 이들 사제단을 보면 뭐라고 말할 것인지 궁금하다. 이런 말은 들었다. 한 가톨릭 평신도의 말이다. “싹수없는 것들”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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