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내년 예산안 기습처리… 야 “MB정부 실정 끝낼 것” 전면전 선언
한나라당이 8일 내년도 예산안을 야당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처리함에 따라 향후 정국이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국회는 이날 예산국회 회기 종료일인 9일을 하루 앞두고 정의화 국회 부의장의 예산안 직권 상정 방식으로 새해 예산안을 10여분만에 처리했다.
특히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여야는 욕설에 폭력도 불사하면서 민의의 전당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국가 안보 위기 속에서도 국민들의 위기감 따위는 애초부터 안중에도 없이 당리당략 앞에서는 결국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한나라당 김무성,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박희태 국회의장 중재로 돌파구를 찾기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한나라당은 정기 국회 회기 마감일인 9일 전에 예산안을 처리할 것을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임시국회를 소집해 내년도 예산안을 연말까지 다루자고 맞섰다.
이처럼 여야간 합의점 찾지 못하자 한나라당은 예결위 회의장이 아닌 245호실에서 이주영 예결위원장의 주재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으로 기습 처리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민주당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된 후였다.
예산안이 처리되는 동안 야당 의원들은 ‘날치기’를 외치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에 앞서 국회의장석을 점거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에 의해 30분만에 정리됐다.
한나라당이 이날 단독으로 자체 수정해 통과시킨 예산안은 309조567억원으로 정부가 당초 제출한 원안에서 4천900억원 가량 삭감된 규모며 올해 예산보다는 5.5% 증가된 액수다. 한나라당은 야당이 반대했던 4대강 사업 예산에 대해 자체 판단에 따라 2천700억원을 삭감했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예산안 통과 직후 논평을 통해 “정기국회 회기 내 예산안이 통과돼 다행”이라며 “말로만 심사를 외치며 예산안 심사를 지연시킨 민주당의 이중적 행태는 두고두고 비난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날치기 예산은 원천무효”라며 고강도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손학규 대표는 본회의 직후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과 함께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이명박 정부의 압정과 실정을 반드시 끝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손 대표는 이어 비상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독재의 마각이 드러난 만큼 국민 속으로 들어가 길을 찾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전면전에 나섰다.
차영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독재자 이명박 (대통령)의 탄생을 알린 일”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과 다를 바 없다”고 맹비난했다.
이 처럼 북한의 추가 도발을 저지하고 응징하기 위해 국방비 증액이 시급한 상황에서 여야가 예산안을 두고 추태를 보였다는 점에서 여론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민주당 등 야권이 정부·여당과 전면전을 선언하고 나서 정국 경색이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해인·김재민기자 hika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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