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 피란민… 몸도 마음도 지쳤다

개인공간 없는 집단생활로 스트레스 심각 추운 날씨 건조한 숙소… 지병 악화되기도

북한의 포격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인천으로 대피한 연평도 주민 400여명이 열흘이 자나도록 계속된 집단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찜질방 한켠에서 인천재난심리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임시 상담소에는 포격으로 겪게 된 불안감과 함께 개인 공간이 없는 숙소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담을 맡고 있는 김숙향씨(50·여)는 “매일 평균 20여명을 상담하고 있다. 일부는 포격으로 입은 충격에 집단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해져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주민 상당수가 고령인데다 추운 날씨와 건조한 숙소 환경이 더해져 지병이 악화되거나 호흡기 등에 이상증상을 보이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김연수씨(44·여)는 “빨래하지 못하고 제대로 씻지 못해서인지 피부병이 난 것 같다. 허벅지에 빨간 게 올라오고 있다. 건조해 목도 아프고 힘들다”고 호소했다.

 

황수애씨(64·여)도 “머리가 지끈지끈 거려 임시 진료소에서 두통약을 타 먹고 있다. 운동하지 못하니 소화도 되지 않고 몽롱하다”고 호소했다.

 

옹진군보건소가 마련한 임시 진료소에서 일하는 정미경씨(27)는 “오늘 오전에만 40여명이 진료받았다. 공기가 심각할 정도로 건조해 천식 증상이 있는 주민에게 매우 위험하고 감기도 쉽게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불안정한 생활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도 문제.

 

인천시와 연평주민비상대책위원회가 임시 거처 이주문제를 놓고 1주일째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합의점은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많은 주민들이 빨리 결론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며 “관련 당국과 협의, 빠른 시일 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창열기자 trees@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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