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과 급변화 시대 속 전통음악 보존·전승방향 생각할 때
김 세 종
다산연구소 연구실장
오늘날 산업구조는 날로 치열한 경쟁 가운데, 우리는 그야말로 무한경쟁과 급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따라서 전통음악 또한 시대적 된서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러한 시대 상황은 ‘전통과 현대’, ‘왜래음악과 전통음악’이라는 문화 충돌뿐만 아니라, 세대 간 음악 감성의 불통은 전통음악의 흐름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변화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눠 볼 수 있다. 하나는 전통음악을 올곧게 지키려는 음악문화이고, 다른 하나는 젊은층의 요구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창작활동이다. 이는 동서양의 조화를 이루며 젊은층과 세계를 넘나드는 ‘퓨전국악’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그러나 전통음악의 우수성과 특수성은 물론 그 아름다움을 고수하려는 입장은 ‘고루하다’는 쓴소리를 면치 못했고, 신선한 아이디어, 창의성이 짙은 음악양식은 국적 없는 새로운 장르란 비평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요즘 전통음악계는 이러한 쓴 소리와 비평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 해의 풍요 속에 저물어가는 가을을 시샘이라도 하듯, 여기저기 북소리 우렁차고, 가야금 소리 감미롭고, 정중동의 호흡에 맞추어 내딛는 춤사위가 현란하다. 분명 공연을 마주할 때마다 순수 전통음악은 시대 변화에 상당히 동떨어져 있고, 창작음악은 마음으로 와 닿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전통음악을 응용한 쇼 같고, 공허한 느낌마저 든다.
물론 현대를 사는 우리는 누가 양질의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가가 관건이며, 더불어 글로벌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고 있다. 기술력과 창의력, 개성, 차별화, 다양성 등은 새로운 비즈니스의 핵심 자원으로 떠올랐으며, 산업사회는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 수많은 전문가들은 그린(Green, 친환경), 스마트(Smart, 복잡성을 단순하게 전달), 시큐어(Secure, 모든 영역의 보안)는 셀프 리더쉽(Self-Leadership)에 따른 자기개발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너도나도 조언하고 있다. 게리 해멀은 ‘경영의 미래’라는 책에서 앞으로 기업이 필요로 한 인간의 능력을 열정, 창의성, 추진력, 지성순으로 보고, 근면과 복종은 그 비중이 크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지식이나 상사에 대한 복종이 중요한 시대는 지났음을 암시하는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전통음악은 시대가 요구하는 빠른 변화의 속도에 발맞춰 갈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아무리 시대가 탈권위주의 사회, 세계화(Globalization)를 외치며 아무리 개인의 역량과 리더쉽을 중요시여기는 때라 할지라도 전통음악의 급속한 변화는 득실(得失)을 따져 볼 때 실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왜냐하면 전통은 단순히 습속만이 아니라 정신문화와 사상적·철학적 의미를 함의한 한 나라의 문화생활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때문에 한번 전통음악의 가치와 개념의 틀이 변하면 전통음악을 토대로 한 창조적 다양성은 물론 우리민족의 음악문화를 송두리째 잃어버릴 수 있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爲政篇)에서 이렇게 말했다. ‘옛 것을 알고 새 것을 알면 내일의 스승이 될 수 있다(溫故而知新可以爲師矣)’. 이 말은 곧, 급변화 사회에서 전통음악을 보존하고 앞으로 어떻게 전승하며 나아가야 방향이 무엇인지를 되돌아 보게 하는 좋은 가르침인 것 같다. 아무튼 전통음악과 창작음악을 조화롭게 아우른 음악사조의 새로운 좌표가 요구되는 때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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