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복지의 ‘덫’

임양은 본사주필 yelim@ekgib.com
기자페이지

김황식 총리의 과잉복지 말이 쑥 들어갔다. 전동차 노인 무임승차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가 혼났다. 무엇이 과잉복지냐고도 하고, 노인 홀대라는 비난이 빗발쳐 총리실에서 적당히 사과하고 넘어갔다.

 

비정상이다. 바른말에 사과란 당치않다. 김 총리의 말은 맞다. 노인 무임승차는 과잉복지의 사례다. 부끄럽게도 수원역에서 서울시청 앞까지의 전철요금이 얼마인 지 모른다. 나도 무임승차 혜택을 받는 노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히 잘못됐다. 돈을 내고 탈 수 있는 나같은 사람이 공짜로 타기 때문에 경영이 더 나빠져 전철요금을 올리는 요인이 된다. 즉 과잉복지로 정작 돌아가야 할 사람에 대한 복지가 줄고 또 남에게 폐를 끼친다. 노인공경과 과잉복지는 구분된다.

 

총리실의 사과성 해명은 포퓰리즘적 영합이다. 집단이기에 대한 굴복이다. 흔히 국민을 들먹인다. ‘국민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한다. 다원화하고 다계층인 구조의 국민사회다. 도대체 어느 국민을 말하는 것인 지, 종횡으로 얽힌 집단이기가 국민의 이름으로 둔갑해 판치는 대중주의 세태다.

 

잘못된 복지, 나라 망칠수도

 

또한 대중주의 영합을 일삼는 것이 정치권이다. 나라가 골병들고 국민사회가 병든다. 그리스를 예로 든다. 정년이 남자는 58세, 여자는 55세다. 정년 퇴직을 하고 나서는 평생 일을 안해도 먹고 살 수가 있다. 요족한 연금 때문이다. 그러나 덜 내고 많이타는 연금제로 재원이 바닥나 이웃 나라에서 빌린 돈으로 연금을 지급했다. 마침내 여러 군데의 다른 나라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일어난 것이 그리스가 유발한 유럽의 재정 위기다.

 

우린 그리스 같지 않으므로 괜한 걱정이라고 할 지 모르겠다. 잘못된 생각이다. 거덜나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잠깐이다. 2007년 25.8%이던 정부의 복지예산이 2010년엔 27.8%로 늘었다. 내년엔 30% 수준이다. 국가채무가 한해 예산보다 많은 360조인 나라에서 과잉복지 경쟁이 한창이다. 진보진영의 무상급식 등 복지놀음에 보수진영 또한 질세라 하고 덩달아 경쟁놀음에 열 올린다.

 

이런 복지경쟁이 건전복지라면 무척 다행한 일이다. 그런데 매우 불행한 것은 과잉복지인 데 문제가 있다.이에 겹쳐 관리조차 허술해 국민의 세금인 복지비가 줄줄 샌다. 예컨대 맞벌이 부부를 위한 어린이집 육성지원은 어린이집 재벌을 양산 하였다. 노인요양은 실속보다 노인 머릿수 챙기기 사업이 됐다. 실업수당이 직업인의 부수입이 되기도 한다.

 

집단이기 아닌, 건전복지로

 

황당한 것은 무상급식이다. 경기도 교육청이 내년에 무상급식 예산을 마련키 위해 여기 저기서 빼낸 돈이 2천800억원이다. 이 가운데는 학습환경개선, 시설개보수사업비 등을 깎은 돈도 들어 있다. 자기돈 내고 점심 먹을 수 있는 학생들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작 학생들은 열악한 학습자료나 낡아빠진 교실에서 공부를 해야 할 판이다. 역평등의 과잉복지가 교육의 주객이 뒤바뀐 모순을 가져왔다.

 

복지정책이 절실한 것은 사실이다. 성장에만 치우쳐 분배에 소홀했던 과거가 있어 더욱 그렇다. 복지시책의 잣대로 문명국가의 수준을 가늠한다. 그러나 과잉복지가 복지의 실체는 아니다. 국민의 세금을 쓸모없이 허비하는 과잉복지는 재앙의 근원이다. 문젠 무상급식처럼 듣기에 우선 솔깃한 과잉복지가 대중 속에 파급되는 것을 정치권이 이용하는 중우정치다.

 

소신있는 정치인이 없다. 케네디 처럼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 지 묻기전에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 지 자신에게 물어봐라”는 말도 할 줄 알아야 한다. 무서운 것은 과잉복지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그리스 사회가 그러했다. 우리 역시 과잉복지에 더 중독되기 전에 벗어나야 한다. 이의 탈출을 위해 필요한 것이 소신있는 정치인이다.

 

복지시책을 사회, 경제 양면으로 나눈다면 고길잡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은 경제적 복지다. 이에 비해 고기를 잡아서 주는 것은 잡을 능력이 없는 약자에게 국한하는 사회적 복지다. 우린 지금 이 양자의 혼돈을 구분치 못해 일이 더 꼬인다.  임양은 본사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