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美배추 이어 마늘·고추까지 몰려와
최근 배추파동 이후 신선채소 수입량이 급증하는 등 농산물 수입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농민들의 경쟁력 악화가 현실화 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마늘과 고추 등의 수입을 확대키로 하면서 다른 신선 농산물 수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여 농민들의 허탈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일 농수산물유통공사와 인천경기본부세관 등에 따르면 지난 추석 이후 배추와 무 등의 가격이 폭등하자 가격 안정을 위해 신선채소들이 대거 국내로 유입되면서 억눌렸던 수입 물꼬가 터졌다.
우선 농산물 가격 쇼크를 주도한 배추의 경우 정부와 대형마트 등이 수급 안정을 이유로 앞다퉈 수입을 시작하면서 지난달 1만t 이상의 중국산이 유입됐다. 또 무는 1천400t으로 전년 동월(243t)의 6배에 가까운 양이 수입됐다.
게다가 10월 중순에는 저장기간 문제로 거리가 먼 국가에서는 수입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져 왔던 미국에서 48t의 배추가 최초로 수입돼 가락시장에 상장, 농산물 유통가에 놀라움을 안겨줬다.
이런 가운데 인천경기본부세관을 통해 수입된 농산물의 양도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 1년간 총 3건(52t)에 불과하던 배추 수입량은 올 상반기까지 1건(22t) 수입에 그쳐 비슷한 수준이 이어졌으나, 하반기 배추파동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10월에만 2천600t 이상 수입됐다.
또 양배추 수입은 지난해 10월 22t에서 2천493t으로 100배나 늘어났으며, 지난해 동기 수입량이 전무하던 양상추, 상추, 무는 각각 184t, 232t, 289t씩 수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신선식품 가격이 50%나 폭등하며 10월 물가가 4% 이상 오르자 마늘, 고추, 양파, 무의 수입 물량 확대 및 조기 도입키로 하는 농수산물 긴급 안정화 대책을 이날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마늘 1만9천t을 비롯해 건고추 3천t, 양파 2만1천t 등을 집중 도입해 방출하고, 내년 의무수입 물량을 조기도입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자 신선 농산물 수입 확대가 국산 채소를 생산하는 농가와 식량 자급률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걱정 섞인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농산물 유통의 한 관계자는 “그 동안 농산물 수입은 파인애플, 체리, 포도 등 과일류에 집중됐으나 배추파동이 계기가 돼 신선채소로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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