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때 열병을 앓은 뒤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천형(天刑)의 질곡 속에 평생을 살았던 헬렌켈러. 그는 자신의 시에서 “만약 내가 사흘간 눈을 뜰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첫날에는 나를 가르쳐준 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 그 분의 얼굴을 보겠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인문학과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왕성한 사회활동과 뛰어난 저술로 미국 최고 훈장인 ‘자유의 메달’을 받은 헬렌켈러는 자신을 깨우치고 세상의 밝은 빛으로 이끈 스승에 대한 절대적 존경과 사랑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10월 5일 전국 처음으로 체벌과 강제 야간 자율학습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공식 선포됐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는 전국 최초로 경기도교육청이 교사들의 권리 침해를 막고 정당한 교권 보장을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경기교권보호헌장’을 발표했다.
학생의 인권을 옹호하면서 교사의 권리침해를 막고 정당한 교권을 보장하는 양립정책을 조화롭게 운영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교사의 권위가 바로서지 않으면 교육질서는 엉망으로 흐트러지고 교사는 수업에 전념할 수 없다. 또 학생은 교사에 대한 존경심을 갖지 않게 돼 당연히 그들의 가르침에 눈을 돌리기 마련이다.
교사가 교육현장에서 구타를 당하는 현실에서 체벌금지 등의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다. 학생지도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서 교사는 어떻게 권위를 세워야 할까.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자기계발을 위한 부단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첫째다.
‘진정한 스승은 제자에게서도 배운다’라는 말이 있다. 교사는 지식을 전수하는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잠재력을 깨워 그들 스스로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흔히 교사는 지식을 가르키는 사람이고 스승은 지식과 인격을 가르키는 사람이라고 한다. 교사가 학생에게 폭력을 사용하면서 학교폭력을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교사는 단순한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의 올바른 인격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전인교육에 힘써야 한다.
또 학생들의 잘못은 질책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진실로 뉘우치고 개선할 수 있도록 그들의 장점을 드러내 격려하고 희망을 주어야 한다.
자기중심 없이 목표설정을 못해 방황하던 사춘기 시절, 따뜻한 스승의 말 한마디는 평생을 두고 가슴에 남는다는 것이 교육현장의 진리다.
교사가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 주소다. 제자의 잘못을 바로잡고, 올바른 가르침을 주며 그들의 무한 발전가능성에 채찍을 드는 교사는 마땅히 존경과 신뢰를 받아야 한다.
사제삼세(師弟三世)란 말이 있다. 스승과 제자의 인연은 전세(前世), 현세(現世), 내세(來世)에까지 계속된다는 뜻으로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고 깊다는 의미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식이 잘되는 것 이상의 바람은 없을 것이다. ‘스승은 제자에게 영원한 영향력을 안겨주는 사람’(헨리 아담스)이라는 말은 그래서 금언(金言)으로 전해진다. 교육의 백년대계는 짧지만 세상을 이어갈 교육은 이러한 경구에서 비롯된다.
김 동 별
군포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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