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보낸 ‘상실의 계절’

[문학 나들이] 김유철 장편소설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함께 살던 여자친구 S마저 홀연히 떠나간다. 완벽히 혼자가 된 ‘나’.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어느 날 아파트 베란다로 찾아든 고양이 한 마리. 마치 제집인 양 익숙하게 거실과 베란다를 오가던 그 고양이는 자연스럽게 ‘나’와 동거를 시작한다. 바로 ‘사라다 햄버튼’이다. 울버햄튼의 축구경기를 보던 중 거실을 기웃거리는 녀석에게 별 생각 없이 샐러드를 주었더니 남김없이 먹어치웠던 것.

 

제1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김유철의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문학동네 刊)은 단지 발음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샐러드를 맛있게 먹어치운 고양이의 이름을 ‘샐러드 햄튼’이 아닌 ‘사라다 햄버튼’이라고 이름 붙인 남자의 이야기다.

 

유일한 친구이자 사랑이었던 동거녀 S가 돌연 떠나고 그 빈자리에 사라다 햄버튼이 자리잡는다. 그리고 친아들처럼 대해주던 새아버지가 갑자기 찾아온다. 새아버지는 어머니와 이혼 후 재혼해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고, 어머니는 몇 년 전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새로운 ‘룸메이트’들을 맞은 주인공은 S가 샐러드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왜 떠났는지를 상상한다. 또 엄마는 새아버지와 왜 이혼했으며 왜 친아버지의 존재를 감췄는지도 이해하려 애쓴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S가 떠난 것이 전적으로 내 잘못이기를 간절히 빌었다. 인간은 누구나 외롭고 고독하다고 말하던 그녀의 슬픈 생각 역시 내 잘못 때문이라고.”(57쪽)

 

소설은 주인공이 그렇게 누군가와의 허망한 이별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선택을 받아들여 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다.

 

산책하듯 살아가는 이 시대 젊은이의 일상을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서술로 따라가는 이 소설은, 길 잃은 고양이와 보낸 한 철을 소소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값 9천원.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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