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고등법원 신설 절실하다

헌법 제27조제1항에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 중의 하나가 사법접근성의 확보조치이다. 그런데 고등법원 재판 접근성이 가장 낙후된 곳이 경기도이다.

 

현재 경기도민이 고등법원 관할 사건을 재판받기 위해서는 서울 서초동 소재 서울 고등법원까지 가야만 한다. 고등법원관할 사건은 민사·가사 사건에서는 재산 가액이 많고 형사, 행정사건에서는 중대한 사안이어서 국민의 권리 의무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경기도만 고등법원 설치 안돼

안성에 사는 어떤 도민은 “서울고등법원에 재판받으러 갔다가 교통이 막히는 바람에 법정에 도착하니 이미 재판이 끝나 버렸다”면서 낭패를 맛본 경험을 털어놓고 푸념을 했다.

 

또 어떤 도민은 도내에서 재판받을 때에는 법관이나 변호사가 경기도 지역 사정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사건 심리에 있어서 충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서울고등법원에 가서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되니 모든 과정이 생소하고 불안했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심지어 한 도민은 서울고등법원 2심 재판을 위해 서울 소재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선임을 의뢰했더니 경기도 지역 사회보다 훨씬 많은 수임료를 요구해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됐다고 불만을 쏟았다.

 

위와 같은 사정 때문에 경기도민은 재판상의 실적적인 불이익을 많이 입어 왔고 심지어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을 포기하는 사례도 다반사이다.

 

전국의 고등법원 설치 현황을 살펴보면 이렇다. 서울, 대구, 광주 등 3곳에만 있었던 고등법원은 부산, 대전에 확대 설치됐다.

 

도민들 시간·경제적 손실 커

또 사건과 인구 규모면에서 독자적인 고등법원 설치가 어려운 지역에는 고등법원 원외 재판부 형식으로 고등법원 사건을 재판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다.

 

고등법원 원외 재판부는 제주, 전주(전북), 청주(충북)에 설치됐다가 최근에 창원(경남), 춘천(강원)에 신설됐다.

 

이렇게 되고 보니 현재 전국의 모든 도중에서 경기도만 고등법원이 없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경기도 인구는 약 1천200만명에 이르러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이어서 그에 따라 발생하는 사건 수가 엄청나게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경기도에만 고등법원이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경우이다.

 

이는 형평성 측면에서 볼 때 헌법상 보장된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광주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설치된 전주의 경우, 원외재판부가 설치된 이후 고등법원 사건수가 꾸준히 증가해 광주고등법원 관내 전체 사건수의 약40%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또 올해 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신설된 춘천의 경우, 강원도에서 고등법원 관할사건을 재판하게 되자 벌써 약 20%이상의 사건 증가율을 보여 법원장의 재판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바람에 재판부 증설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위 사실은 지방의 서울로의 도로확충에도 상관없이 지방 사람들이 서울에 가는 불편·비용부담 때문에 재판권을 포기한 채 살아왔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경기도민들은 소액사건, 단독사건은 관내에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합의사건의 항소심은 서울고등법원까지 올라가야만 한다. 국민의 가장 아픈 곳을 긁어 주는 것, 이것을 잘 해결해 주는 것이 사법서비스의 본질이고,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한 사회로 가는 첩경일 것이다. 따라서 1천200만 경기도민의 숙원 사업인 경기고등법원 신설은 하루빨리 꼭 성취되어야 한다. 

 

위철환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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