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운동 실천한 세계 여성리더들

필자는 지난 8월3일부터 10일까지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국제여학사협회 제30차 총회에 한국여학사협회 부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3년마다 열리는 이번 총회의 주제는 ‘교육, 역량강화 그리고 발전’이었다. 2010년은 국제여학사협회가 창설된 지 90년째 되는 해다. 1920년은 세계여성사에서 의미 있는 해로 평가된다. 19세기 말부터 제기되기 시작한 여성의 참정권 요구가 1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결실을 맺고 있을 때였다. 영국은 1918년 국민대표법에 의해 30세 이상의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었고, 미국은 1921년에 21세 이상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투표권을 인정했다. 한국여학사협회는 1950년 6·25 직전, 1월에 김활란박사를 회장으로 창립된 이후 1953년부터 계속 세계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열린 여성 관련 국제회의나 워크숍에는 여러 번 참석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총회와 같이 수 십개국에서 온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모인 회의에는 처음이었다. 머리와 피부 색깔, 얼굴 모습, 옷차림, 몸집의 크기가 그렇게도 다양한 수백명이 모인 회의는 그야말로 문화적 충격이었다. 머리가 하얗고, 어깨가 굽은 백전노장의 리더들, 30·40대의 유능한 전문가 타입의 여성들, 레즈비언풍의 투쟁적 페미니스트 타입의 여성들, 실로 전 세계 여성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듯했다.

 

이번 총회에서 가장 멋진 여성 리더는 단연 강경화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부판무관이었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인권은 평화와 안전 그리고 발전과 더불어 유엔의 3대 기본이념”이라며 “평등과 차별금지는 전 세계인과 세계 각국이 일상생활에서 달성하해야 하는 유엔 활동의 기본원칙이며 목표이자 동시에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의 핵심사업”이라고 밝혔다. 그의 연설은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과 새천년목표에 충실한 것이었다. 개막식 후 많은 기자들이 그를 에워쌌고, 한국에서 온 우리 일행에게 자랑스럽겠다며 부러워했다. 그가 세계적 여성지도자로 우뚝 서주기를 바란다.

 

두 번째로 소개할 또 다른 한국여성은 헬렌 순희 김(Helen Soonhee Kim)이다. 그는 총회기간 중인 지난 8월5일 ‘세대 간 리더십 구축 워크숍’을 진행했다. 일곱살에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19년 동안 한국과 미국에서 (비영리)조직의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그는 ‘세대를 넘어 일하기: 비영리조직 리더십의 미래 정의하기’라는 책의 공동저자이며, ‘다음 변화는’과 ‘사회서비스와 사회적 변화: 비영리서비스조직과 시민의 연대를 위한 지침서’ 등을 출간한 저술가다. 이번 워크숍에서 비영리단체 리더들이 다음 세대들과 협력하는 방안을 집단상담의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이 자리에서 능숙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그룹 역동성을 끌어내는 그만의 방식이 돋보였다. 그의 책과 활동이 한국의 많은 NGO들에게도 당면과제인 ‘세대’를 뛰어넘어 회원을 확보하는 전략을 논의하는 데 매우 유용한 정보를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한국에 올 때 초청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이 밖에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르완다 대표의 적극적인 참여, 뉴질랜드대표의 환경학교에 대한 인상적인 발표, 미국대표의 ‘스포츠에서의 젠더불평등’에 대한 발표에서 참여자와 함께하는 역할극을 실험하는 발표도 인상 깊었다. 일본 대표단의 조용하면서도 적극적인 세션 참여, 나이 지긋한 남편 또는 딸·조카와 함께 참여한 대표들, 70~80세를 넘긴 나이에도 여성문제에 대한 투철한 신념과 사회정의, 변혁에 대한 확신으로 스스로 비용을 마련해 참여하는 열정을 보면서 나 자신부터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을 깊게 하고 사회변화와 국제문제 등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단순한 회의 참석보다는 세션의 주제 발표자와 토론자로 적극 참여, 세계 속의 한국의 지위에 부합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나라의 여성 리더들처럼 은퇴한 남편, 사회진출을 앞둔 딸·조카들과 함께 참가하는 2013년 터키 총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현주 경기가족여성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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