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농업으로부터 시작하였으며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세계는 자급자족과 생계 유지를 위한 전통적인 농경사회였다.
산업혁명에 의한 과학문명의 발달은 농업 분야에도 커다란 변화를 주었다. 대형 농기계에 의한 생산비 절감과 획기적인 수확량 증가로 국가 간에 거래를 통한 상업농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미국은 다수확 품종을 개발해 20세기 농업혁명을 주도하며 세계 최대 농산물 수출국이 되었고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식량을 자급하고 있다. 농업은 강대국으로 가는 관문이자 필요조건인 것이다.
우리 한민족도 5천년의 농경문화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1960년대까지는 인구의 7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던 전통적인 농업 국가였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없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 것은 197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국가발전에 필요한 자본과 인력의 공급을 농업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구조의 고도화에 따라 이제 농업은 국가의 경제적 비중이 낮아지고, 특히 농가인구의 감소와 농촌 고령화의 진전은 우리 농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멀지 않은 장래에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지구온난화, 대홍수 등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물 부족으로 식량생산 기반이 약화되고 있는가 하면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식량 위기의 징후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지금도 지구상에 약 10억명의 인구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자원 민족주의 확산과 식량의 무기화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세계가 식량 위기라는 격랑 속에 휘말려 있는 지금 대한민국은 먹을거리의 과잉 등 비교적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물가가 많이 오르고 있다는 불평은 나오고 있지만 식량난을 걱정하는 국민은 보기 힘들다. 곡물자급률이 30% 이하이고 곡물 해외 의존도가 70% 이상이나 되는데도 말이다.
우리도 결코 식량 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농업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본다. 농업은 국가 생물자원의 원천으로 신소재, 천연자원의 보고이며 환경과 동식물의 조화로운 생태공간을 조성하고 온 국민의 휴양, 오락, 관광, 문화의 공간이기도 하다.
또한 농업·농촌의 가치 103조원 중 농림생산액은 39조원이지만 홍수조절, 대기정화 등의 다원적인 가치는 무려 64조원에 달한다. 이렇게 중요하고 소중한 농업을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나라 인구의 7% 미만이 농업에 종사하면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해 공급하고 있는데 혹시나 소비자들이나 농업에 종사하지 않은 국민들은 소득이 낮고 힘들다고 농업을 경시하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 국민들은 농업에 대한 가치를 아주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한다. 농업을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녹색성장 등 인류가 존재하는 한 꼭 필요한 생명자원이며 아무리 과학문명이 발달하더라도 삶의 터전은 농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농업은 미래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블루오션이다. 지금 대기업에서도 새 비즈니스 기회를 농업에서 찾고 있다.
요즘 쌀값이 너무 떨어져 농업인들의 어려움이 있지만 이러한 시기에 온 국민이 농업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임영춘 경기도농업기술원 인력육성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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