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포사고와 경찰의 부실관리 책임

올 들어 2건의 공기총 사건이 발생하자 총포행정에 대한 언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이에 감사원은 10개 지방경찰청과 43개 경찰서를 표본 선정하여 총포 소지 허가 및 관리 감독 등 총포 행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바 있다.

 

감사 결과 총포 소지자 중에 최근 3년간 10차례 이상 ‘정신장애’로 정신과 병원에서 입원 또는 통원 치료를 받은 사람이 무려 1천85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이하 총단법 이라함) 제13조 및 같은 법 제46조는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은 총포 소지 허가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1월 18일 어린이 놀이터에서 공기총을 무차별 난사하여 고등학생에게 중상을 입힌 사건도 우울증 및 정동장애로 18회에 걸쳐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람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즉 정신장애자에게 살상용 총기를 허가하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방치했기 때문에 총포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각종 범죄로 압수한 총기 764정과 폐기 대상 총기 2천300정 등 무려 3천여 정의 총기가 최장 29년 동안 경찰서 무기고에 방치되어 있었고, 사망자가 소지하던 총기는 ‘당연 실효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7일 내 직권으로 소지허가를 취소해야 하지만, 396정의 총기가 허가 취소하지 않았다. 또한 각종 범죄로 형이 확정된 총포 소지 허가 취소 대상자 58명이 소지하고 있는 총기도 허가 취소하지 않았고, 허가를 취소했다고 허위 보고까지 한 사실도 밝혀졌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사망·범죄 등으로 총포 소지 허가를 취소했지만, 회수하지 못한 총기가 전국적으로 5천여 정에 이른다고 한다.

 

살인·미성년자 약취유인·강도강간 등 ‘특정 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위반하여 징역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흉악범이 소지하고 있는 총기도 허가 취소하지 않고 있는 것도 밝혀졌다.

 

누구나 허가 없이 소지할 수 있는 서바이벌 게임용 총기는 법적 기준보다 무려 5배 넘게 성능을 개조됐지만 방치하고 있었고, 총기를 6정 이상 소지한 사람도 109명이나 되며, 한 사람이 무려 17정까지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 2008년 개최한 경찰청장기 사격대회와 2009년에 개최한 봉황기 사격대회에 참가한 사격 선수 34명은 총포 소지 허가도 없이 다른 사람의 총기를 빌려 불법으로 경찰청장 앞에서 사격을 했다고도 한다.

 

경찰행정의 ‘코미디’고 부실 행정의 백화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경찰청이 총포 관리를 위해 도입한 ‘총포 전산관리 시스템’에 총포 소지자의 9.9%에 해당하는 1만7천명의 신상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 관련 자료를 전산에서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사망자 총기 70%를 허가 취소하지 않았고, 4천400명의 총포 소지자가 주소지에서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주민등록법 시행규칙’ 제16조에 따라 시·군은 주민등록 변동 정보를 매일 경찰에 통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망자는 물론, 주소 이전 등 관련 정보를 경찰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소한 1년에 한 차례 이상 총포 소지자 결격 사유 및 정신병력 발생 여부에 대한 점검을 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도 없었고, 단 한 차례의 교육도 실시한 사례가 없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총기를 허가하고 허가 갱신 때까지 5년간 방치했다는 것은 상식선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총포 관리를 이렇게 하고도 총기 사고가 이 정도에 그친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를 계기로 총포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의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총포 사고에 대한 당사자의 책임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총기 부실 관리에 따른 경찰의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오수진 한국총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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