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무덥고 비가 많이 내렸던 지루한 여름도 지나가고 어느새 추석명절이 보름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한가위는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좋은 계절에 먹을거리도 풍성하여 시름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고, 고향에 대한 좋은 추억들이 있어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우리민족의 최대의 명절이다.
예부터 전해오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은 넉넉한 인심과 풍요로움이 잘 담겨 있는 것 같다. 이때쯤에는 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한 부모님과 형제, 친지들 그리고 그동안 고마웠던 분들에게 무엇으로 감사의 뜻을 전할까 하며 ‘추석 선물’에 대한 고민을 하기 마련이다.
인터넷에서는 인기 있는 추석선물로 가장 선호하는 현금을 비롯하여 상품권, 건강 관련 상품, 고기류, 과일, 세트 상품, 지역 특산물, 한과, 술의 순서로 소개하고 있다.
농업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는 필자는 아직까지 농특산물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농업이 어렵지 않다고 느꼈던 해가 없었지만 올해는 유난히도 어려운 해가 아닌가 싶다. 꽃이 막 피어나는 시기에 이상저온으로 과일들이 동해 피해를 크게 입어 지금 한창 출하되는 복숭아 경우 12%가량 생산량이 감소하였으며, 여름철의 잦은 비로 당도가 좋지 못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쌀의 경우 연속된 풍작과 줄어든 쌀 소비의 영향으로 가격이 하락하여 조합에서는 손실이 발생하는 등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쌀 과잉 재고 발생과 벼가격 하락으로 햅쌀의 원활한 추곡수매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어 황금들판을 바라보는 농부들의 마음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그러나 단순히 농촌이 어려우니 우리 농특산물을 애용하여 농촌에 도움을 주자는 말은 설득력이 약한 것 같다. 그럼 ‘왜 우리 농산물을 애용해야 할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푸드 마일리지’란 말로 설명해 보고자 한다.
아직은 푸드 마일리지라는 용어가 생소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푸드 마일리지란 식품이 생산된 곳에서 일반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 거리를 말한다. 푸드 마일리지가 중요한 이유는 신선 농산물의 특성상 이동 거리가 길수록 신선도가 떨어짐은 물론 긴 이동에 사용되는 교통수단의 연료에 의해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그로 인해 대기환경이 오염된다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긴 이동 거리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부패, 충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 수반되는 인위적인 처리로 인해 농산물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그 지역 또는 해당 국가에서 우선적으로 소비해 주는 것이다. 이를 ‘로컬푸드운동’이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이라고 하여 국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추석 선물을 우리 농특산물로 애용해 주는 것이야말로 유통 경로가 길고 안전성에서 불확실한 외국 농산물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한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여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농산물 생산 농가의 농가 소득을 증대시켜 농업과 농촌을 보호하는 그야말로 1석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추석을 맞아 감사의 마음을 우리농산물로 주고 받는 것이야말로 농업·농촌을 살리고 나라를 아끼는 조그마한 애국의 실천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준호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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