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발굴’의 모든 것

한국사기행 조유전·이기환 著, BM책문 刊

 

신라 진흥왕 때 충북 단양군 적성(赤城)에 세워진 비석, ‘단양 신라 적성비’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적성비가 어떻게 발굴 됐는 지 그 과정에 대해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한국 고고학계의 산증인으로 꼽히는 조유전 경기문화재연구원장과 오랫동안 문화재 전문기자로 활동한 경향신문 이기환 부국장이 함께 ‘발굴’을 주제로 쓴 역사 답사기 ‘한국사 기행’(BM책문 刊)은 문화재 발굴 현장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 해 준다.

 

단양 적성비·공주 백제고분 등 30곳 발굴 과정·일화 담아

 

1978년 1월6일, 단국대학교 발굴조사단이 단양군 적성산성(赤城山城)을 찾았다. 간밤에 내린 눈이 녹으면서 조사단원들의 신발은 흙범벅이 됐다. 그때 한 단원이 신발에 묻은 흙을 털어내려고 옆에 있는 돌부리에 발을 올려 놓던 순간 글자 하나를 발견했다.

 

조사단은 삽시간에 흥분에 빠졌다. 바로 그때가 국보 198호 ‘단양 신라 적성비’가 ‘발굴’돼 1400여년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책은 2003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공주 수촌리 백제고분 발굴 일화를 시작으로 청진동 유적에 이르기까지 30곳의 발굴 비화와 조사 진행과정, 그 의미를 생생하게 풀어 놓았다.

 

또한 한국의 전 지역을 챕터별로 나누고 유적 발굴의 과정을 세심하게 담았다.

 

 

그밖에도 엿장수가 수거한 청동기물이 기원 전 4~5세기 사람들이 남긴 귀중한 예기로 밝혀진 화순 대곡리 유적, 1979년 충주시 문화재 답사 모임에서 마을 입구에 방치되어 있던 ‘중원고구려비’를 발견한 순간, 8천년 전 한국 최고(最古)의 선박이 발견된 창녕 비봉리 유적이 2003년 한반도를 덮친 태풍 매미가 준 선물이었다는 사실 등을 밝히며 독자들을 발굴의 세계로 안내한다.

 

유적에서 나타난 자그마한 단서로 과거 역사를 미스터리 퍼즐을 맞추듯 풀어나가는 과정은 마치 추리소설처럼 흥미롭다.

 

특히 책에서 소개된 발굴과정의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역사적 지식과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과정은 ‘발굴’로 인해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역사의 새로움을 일깨워 준다. 발굴이 역사를 복원하는 일이라면 이 책은 발굴현장을 복원하고 있다. 값 2만4천원

 

채선혜기자 cshyj@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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