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세 실종에 따른 거래 침체나 주택 관련 산업 위축 현상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정부가 8·29 부동산종합대책을 내놨다. 이번 대책은 주택담보대출규제 완화 등 금융과 세제·공급 정책을 모두 포괄하는 전방위 카드로 시장이 예상했던 규제 완화 수준을 뛰어넘는 깜짝 발표였다.
특히 지난 4·23 대책에서 실효성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도마 위에 올랐던 주택거래 활성화 대출 지원 수혜 대상이 보다 확대돼 입주 예정자의 기존 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들의 구입 자금 지원 요건이 완화됐다. 나아가 서울 강남3구를 제외한 9억원 이하 아파트의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을 금융기관이 자율 결정하도록 하고, 4년 만에 생애 최초 구입자금 지원이 부활하는 등 당초 추정하던 금융규제 완화 수준을 넘은 내용이 많았다.
금융·세제 포괄한 거래 활성책
내년 3월 말까지 한시적이기는 하나 무주택자나 1주택 실수요자가 주택담도인정비율(LTV) 한도 내에서 소득에 구애 없이 주택 매입이 가능토록 은행 문턱을 낮춰준 부분은 대기 수요가 많은 지역의 저렴한 급매물 매수 타이밍을 노리는 실수요자들의 대출 여력에 여유를 줬다.
그러나 8·29 대책에도 옥에 티는 있다. 지역 내 미분양과 미입주 문제 등 각론적 부분의 고민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올해 미분양과 입주 물량 과잉으로 일시적인 공급 초과 현상을 심각하게 겪는 지역들에 대한 입주 예정자의 세부적인 지원·조정 대책이 부족하다.
집단대출(이주비·중도금·잔금)은 총부채상환비율 규제에서 자유롭긴 하지만 최근 금융권도 자기자본비율을 확충하거나 건전성 차원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나 집단대출에 보수적이기 때문에 미분양이나 입주 지연 사태가 장기화된 지역에서는 중도금 대출을 주택담보대출로 쉽게 바꾸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계약자들이 많다. 단기대출을 장기대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주택금융공사에서 대환대출을 해주거나 주택기금에서 일정 부분 보증 지원을 하는 방향도 담보대출 전환에 숨통을 틔워 줄 것으로 보인다.
미분양·미입주 등 문제 해결엔 부족
게다가 분쟁이 있는 입주단지는 입주 예정자와 건설사 간의 분쟁을 조율해 줄 지자체나 정부의 입주분쟁조절위가 절실하다. 건설사와 입주 예정자의 분쟁으로 지자체가 폭탄 민원에 시달리거나, 법원의 소송전으로 비화되고 있는 만큼 서로 협의·상생할 수 있는 조절위가 필요한 시점이다. 예를 들면 입주 후 잔금 유예나 이자 대납, 분양가 할인 혜택 같이 나름대로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 자구책을 내는 건설사에게 지자체가 보전등기비를 감면해주는 등 인센티브나 선별적 구제를 통해 입주 적체로 가속화된 주택시장 위축을 타계하는 대안을 내놓아도 좋겠다.
햇살론도 내놓는 정부라면 입주 지연 지체상금에 대한 입주 예정자의 불만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 입주 지연 지체상금은 건설사에 따라 연15~20%대로 약 5%p의 금리 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실태 조사와 고금리의 이자 부담을 상쇄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공급시장 시기 및 공급량 조절과 관련된 후속 조율도 필요하다. 공급물량의 변화는 2~3년 시차를 두고 신규 입주량의 변동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염두에 뒀을 때, 주택공급정책을 단기로 펼치면 위험하므로 몇년 뒤 수급불균형 등 또 다른 문제점을 낳을 우려는 없는지 충분한 후속 검토가 필요하다. 지자체별로 인구 증감 등 주택수요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정부 공급정책의 새 판 짜기를 해야 하고, 주택시장 참여자들에게 향후 공급량에 따라 내 집 마련 여부를 결정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주는 역할도 기대해 본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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