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지났는데도 한낮의 햇살은 여전한 한여름의 기운입니다. 오늘 저는 경기도교육위원 이름으로 마지막 글을 쓰고자 합니다. 그동안 지방 교육 자치를 위해 격려와 사랑으로 버팀목이 되어 주셨던 교장선생님, 선생님, 학부모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올해는 한일강제 병합의 경술국치 100년이 되며 일본 치하에서 해방된지 65년, 6·25전쟁이 일어난 지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런 역사의 의미가 담긴 금년에 지방교육자치가 정치, 경제 논리에 휘말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1991년 개원한 교육위원회는 20년의 짧은 역사 속에서도 지방 교육 자치 확립과 헌법 제31조에서 보장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민들의 성원과 염원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죄인된 심정으로 교육자치의 마지막 현장을 지켜 보는 교육위원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교육위원회는 1천200만 도민의 교육 대의기관으로서 32회의 회기 운영과 246건의 조례 등 각종 안건을 처리하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좋은 환경 속에서 올바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 현장에 내재하고 있는 문제점을 잘 살피고 사업의 우선 순위와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여 한정된 예산이지만 교육 재원이 효율적으로 편성되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교육행정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였습니다.
돌이켜 보면 아쉬운 점도 많은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이해했더라면, 조금만 더 귀담아 듣고 조금만 더 사랑하고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 하는 회한이 남습니다.
20년 동안 교육위원들의 의정활동은 전국 최고의 교육 웅도인 경기교육의 위상을 드높이고 나아가 경기교육이 세계 속으로 전진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교육자이자 철학자인 ‘존 듀이’는 ‘교육의 참된 목적은 각자가 자기의 교육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고 했습니다. 교육가족 여러분들이야말로 시대적 사명감으로 보다 나은 미래 교육을 위해 애쓰신 분들입니다. 그 결과로 우리나라가 세계 15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였습니다.
하늘을 향해 공을 힘차게 던지면 올라가는 것은 잠시뿐이고 이내 공은 아래로 떨어지고 맙니다. 이와 같이 우주에는 중력의 법칙이 끊임없이 작용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도 승과 패의 법칙이 수없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우리 고사에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실패하는 자는 실패하는 순간 미래 설계를 하지 않는 사람이고 성공하는 사람은 실패할 때 다음 일을 위해 설계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우리 교육 자치가 지금은 교육자치법의 이름으로 사라지지만 언젠가는 교육가족의 이름으로 다시 부활하리라 믿습니다.
사랑하는 교육가족 여러분! 필자는 12년간의 의회 활동을 통해 부의장과 의장을 역임하면서 스승이 존경받는 교육 풍토와 교육 환경이 개선되도록 부단히 노력하였습니다. 성과는 있었지만 그래도 못다한 부분이 너무 많아 이제 솔개의 변신으로 새롭게 출발하여 교육을 위해 남은 여생을 바칠까 합니다. 솔개는 40년을 살다가 몸이 무거워지면 돌에 부리를 쪼아 새 부리가 나게 하고 그 부리로 발톱과 깃털을 뽑아 내어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 뒤 창공을 차고 올라가 30년을 더 산다고 합니다.
그동안 경기도교육위원에 보내주신 따뜻한 사랑과 과분하신 격려에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지면을 빌어 여러분들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이철두 경기도교육위원회 의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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