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과 관련된 두 가지 풍경을 소개한다. 먼저 지난해 단일상품 매출액을 조사했더니 그동안 1위를 차지해오던 쌀이 커피믹스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주식인 쌀이 기호식품인 커피에게 1위 자리를 뺏긴 것이다. 쌀 소비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5년 106㎏이었던 1인당 쌀 소비량은 2009년 74㎏로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국민들의 입맛이 급속히 서구화 되면서 우리네 밥상에서는 쌀 보단 빵이나 라면 같은 밀가루 음식을 더 쉽게 보게 된다. 두 번째 풍경은 쌀 수확량의 지속적인 증가세다. 계속되는 풍년과 품종개발, 재배기술 등 농업기술의 발달로 1995년 469만톤이었던 쌀 수확량이 2009년 491만톤으로 4.7% 늘어났다.
이 두 상황을 합쳐보면 쌀을 먹을 사람들은 줄고 있는데, 쌀의 생산은 계속 늘어나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쌀은 남게 되고, 정부와 전국 지자체의 최대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가 넘쳐나는 쌀 재고 처리인 상황에 처하게 됐다. 보릿고개를 넘긴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나라가 쌀이 남아서 걱정이라니 반가운일이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만만하진 않다.
전국 최고의 쌀 품질을 자랑하는 경기도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주식으로 쌀 소비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음에 따라 경기도는 쌀 소비대책으로 쌀가공산업 육성을 통해 쌀 소비 촉진을 추진 중이다. 10㎏의 쌀은 2만원이나 즉석밥으로 만들면 10만원, 떡으로 만들면 13만원, 증류주로 만들면 21만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이에 따라 쌀가공 식품을 육성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쌀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막걸리에도 쌀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5천597톤의 막걸리를 수출했으며 수출된 막걸리엔 82%가 경기미가 사용됐다. 8월부터는 술 재료의 원산지 표기가 의무화됨에 따라 막걸리와 전통주 등에서 국산쌀의 소비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쌀 가공식품 업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높이는 한편, 떡이나 쌀국수, 쌀빵 같은 가공식품을 학교와 군부대에 급식하기 위해 노력하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경기미 공급, 경기미 사용 우수음식업소 지정 운영, 유통매장에서의 판촉활동 등을 전개해 쌀 소비를 늘리고 있다. 이밖에 밀가루 소비량의 10%를 쌀이나 쌀가루로 대체하여 쌀 소비를 촉진코자 ‘PLUS 米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제도가 정착되면 연간 6만톤의 쌀 소비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쌀 생산을 줄이는 노력도 하고 있다. 논에 벼 대신 콩이나 밀, 사료작물 같은 다른 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아울러 일반 쌀의 생산량을 줄이고 기능성 벼의 재배를 늘리는 식으로 쌀의 부가가치를 높여 쌀의 생산량은 줄지만 농가소득은 오히려 높아지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넘쳐나는 쌀 처리를 위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쌀 사랑이 정착되는 것이다. 1천 만명의 아침밥 결식자 중 50%가 밥을 먹으면 연간 12만3천톤의 쌀 소비가 이뤄지므로 아침밥 먹기와 각 가정마다 쌀가루를 비치해 사용하는 등 쌀가공 식품의 소비에 적극 동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쌀은 남는다고 버릴 수도 없고, 재배를 안 할 수도 없는 우리의 주식이다. 식량자급을 통한 식량안보와 국민건강 증진, 환경보호를 위해서도 쌀 소비 촉진은 반드시 필요하다.
경기도의 다양한 노력과, 쌀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이 더해져 넘쳐나는 쌀로 고민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배순형 경기도 농산유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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