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양극화와 상생

요즈음 ‘상생’이라는 말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으나 일찍이 노자의 ‘도덕경’에서도 기술되어 있다는 이 말이 새삼스럽게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이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금년 상반기 중 우리나라의 GDP성장률이 7.6%를 기록하면서 일부 대기업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고 그 임직원들은 높은 성과급을 받은 반면, 많은 중소기업들과 가계는 경기회복의 과실을 향유하지 못하는 경제양극화에 기인한다.

 

사실 경제양극화는 경제발전의 성숙 단계 진입, 세계화에 따른 무역 확대 및 기술 진보 가속화 등으로 경쟁력 있는 부문을 중심으로 산업 및 인력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진행돼 왔는데 특히 경기가 침체기를 벗어나 회복기에 들어설 때 그 현상이 더 크게 부각된다.

 

왜냐하면 수출 대기업, 고소득층 등 선도 부문의 경제적 성과가 중소기업, 저소득층 등 낙후 부문으로 흘러가 전반적으로 경기가 활성화되는 소위 ‘트리클다운(trickle-down)’ 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양극화가 장기간 지속되거나 그 정도가 급격히 심화되면 가계의 소비 기반이 위축되고 중소기업의 투자재원 조달이 어려워져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뿐 아니라 사회, 정치 전반의 갈등으로 연결되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경제양극화 부작용은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닌데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미국의 경제양극화와 관련, 그의 저서 ‘미래를 말하다’(The Conscience of a Liberal)에서 1980년대 이후 심화되기 시작한 소득양극화로 인해 미국의 경제성장과 국민 재산과의 연계성이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약화되었다.

 

또한 소득양극화는 사회 결속력 약화 및 정치적 부패로 이어져 결국 미국이 중남미 국가처럼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최근 정부시책이 ‘대기업 때리기’,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논란을 접어두고 경제양극화를 완화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상생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선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자적 협력관계 구축이 중요하다. 대기업은 지나친 납품단가 인하 요구 등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중소기업은 기술 개발과 품질 개선을 통해 상품 가치를 높여야 할 것이며 정부는 공정경쟁 기반과 시장 규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애플사의 경우 부품의 40% 이상이 중소기업 제품인데 하도급 업체에 적절한 이윤을 제공함으로써 이들 기업에게 기술개발 동기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보다 구조적인 개선 대책으로써는 IT 등 성장주도 부문의 과실이 투자 등 수요 확대 및 고용 증가로 확산될 수 있도록 산업 연관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기술력이 뛰어난 첨단 중소기업 및 기초소재부품·자본재 생산 중견기업을 육성함으로써 기업들이 국내에서 핵심 부품·자본재를 조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유통·물류, 금융, 디자인, 컨설팅 등과 같이 기업 활동과 관련성이 높은 서비스산업도 적극 육성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경제양극화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 및 기업에 대해 사회안전망 확충, 업종 전환 및 구조조정을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 등을 통해 정책적으로 배려할 필요가 있다. 빌 게이츠 등 미국의 억만장자 40명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기부서약 소식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으로 향후 우리사회의 양극화에 따른 갈등 완화를 위한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신동욱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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