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간부 수뢰 들통…도덕성 타격

韓업체 등 아시아부품업체로부터 100만달러 수수

아이폰4의 한국 출시를 앞둔 미국의 애플 사(社)가 수신불량 문제에 이어 부품 공급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긴 것으로 나타나 곤욕을 겪고 있다.

 

최근 '상생(相生)' 모델로 떠오른 애플의 도덕성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미국 당국의 수사를 받은 인물은 애플사에서 글로벌 부품 공급을 담당하는 폴 신 드바인(Paul Shin Devine.37)과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앤드루 앵(Andrew Ang) 등 2명.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세청(IRS)의 공동 수사 결과, 이들은 아이폰과 아이팟의 부품을 공급하는 아시아업체 5∼6곳으로부터 100만 달러(약 12억 원) 이상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소장에 따르면 드바인 등은 애플의 내부기밀을 아시아 지역의 부품공급업체에 전달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전달받았다.

 

이들은 돈을 받기 위해 위장회사를 차리는 한편 미국 및 해외에 여러 은행계좌를 활용했다.

 

일부 계좌는 아내의 명의로 개설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에게 뇌물을 건넨 아시아지역 부품업체들 중에는 중국의 K사, 싱가포르의 J사 외에도 한국의 C사도 포함돼 있었다.

 

애플 사 간부가 연루된 뇌물수수 사건이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애플이 그동안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앞장서는 깨끗한 이미지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아이폰 부품의 40% 이상은 벤처기업으로부터 공급받고, 중소기업의 영역은 침범하지 않는다는 애플의 방침은 최근 대·중소기업 상생 방안 개발에 한창인 우리나라에도 자주 소개됐다.

 

하지만 일부 간부들이 중소기업 제품 납품과 관련해 대가성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 도덕성에도 큰 흠집이 생기게 됐다.

 

애플 사도 이러한 타격을 의식한 듯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스티브 다울링(Steve Dowling) 대변인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애플은 최고 수준의 윤리적 기준을 영업의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 "애플 안팎에서 발생한 정직하지 못한 행위는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여기에 더해 드바인을 상대로 지난 수년간 받은 급여와 뇌물 등을 포함해 100만 달러를 배상할 것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앞서 불거진 아이폰4 수신불량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소비자들의 '찜찜한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주지 못했다.

 

지난달 16일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는 "안테나 수신 기능에 일부 문제점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아이폰을 포함해서 다른 모든 스마트폰들이 완벽하지 않고 수신 저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신률 저하 현상을 막을 케이스 무상 공급이라는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큰 문제 아니다'라는 스티브 잡스의 태도를 두고 미 경제 전문지 포춘이 "과연 이것으로 충분한가"라는 의문을 다는 등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와 같은 수신불량 문제가 채 가시기도 전에 뇌물수수 사건까지 빚어지면서 애플의 완결성과 도덕성은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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