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트남엘 다녀왔다. 평소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에 관심이 많았던 차에 한국에 온지 7일 만에 자신보다 27세 많은 정신질환을 앓던 한국인 남편에게 칼에 찔려 살해된 만 20세의 베트남 새댁 탁티 황옥씨의 사망사건을 접했다. 급하게 그녀의 슬픈 베트남 귀향길에 동행하게 됐고 가족들을 위로하고 슬픔을 함께한 뒤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기에 국회와 정부차원에서 나서서 대책을 마련하고자 며칠 전 국회에서 ‘국제결혼의 문제점과 결혼 이주여성의 인권보호 강화대책’이라는 주제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를 개최하게 된 계기는 탁티 황옥씨 뿐만 아니라 지난 2007년 남편에게 맞아 살해되고 시신이 일주일이나 유기된 베트남 여성 후엔마인씨, 지난해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뱃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우발적으로 남편을 살해한 캄보디아 여성 초은씨 사건 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10년 5월말 현재, 국내 결혼이민자 수는 18만2천명으로 전체 인구 중 0.36%를 차지하고 있으며 성별로는 10명 중 9명 가량(89.7%)인 16만2천명이 여성이다. 또한 결혼이민자 이혼 건수는 지난해 기준 국내 총 이혼건수(12만4천여건)의 9.4%에 해당하는 1만7천여건이나 된다.
남편에 살해된 20살 베트남 새댁
이제 우리나라 결혼 인구의 10∼11% 이상이 국제결혼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다문화가정과 결혼이주여성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사각지대에 방치해서는 안 될 국가적 사안인 것이다. 특히 이주여성과 자녀들의 인권침해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어 이에 대한 효율적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그래서 부처별 예산지원보다는 국가차원에서 체계적인 지원과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 모든 것들을 국가가 책임있게 총괄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지난 2009년도 다문화 지원 예산이 570여억원이나 되지만, 각 부처로 흩어져 있고 중복예산 및 일회성 행사 예산으로 많이 쓰이고 있어 다문화가정에 대한 배려와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다문화가족청’을 신설해 국가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탁티 황옥씨 사건을 통해 우리는 분명히 반성하고 법률적 제도적 개선이 구호로만 끝나선 절대 안된다.
국제결혼 전에 신상정보를 제공하고 증빙서류는 중개업체에서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제공하지 않을 때는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이며 특히 인신 매매성 국제결혼에 관한 규정도 마련하여 결혼중개업소의 등록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정신병력자, 상습폭력 등의 전과자, 성폭행 전과자 등의 정보는 상대에게 반드시 공개해야한다.
또한 한국으로 입국하기까지는 비자발급 기간이 3개월 이상 걸리는데, 이 기간 중 언어, 풍습 등의 한국에 대한 교육과정 이수를 필수로 해 적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미나에서 사례발표를 한 이주여성 대표는 “남편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이 국제결혼중계업을 통한 초스피드 결혼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후엔마인, 제2의 초은, 제3의 탓티황옥의 비극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책적 배려·지속적 관심 절실
결혼이주여성들이 대한민국 남성과 결혼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경제적 요인에 있고, 이혼 후에도 한국에 남길 원하는 것도 바로 경제적 활동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결혼의 옷을 입지 않아도 국내노동시장현실을 잘 반영하여 국내 취업을 원하는 이주여성에게 비자 지원 등 합법적인 지원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법과 규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혼이주여성들이 들어와서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인권이 보장되도록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적 배려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결혼이주여성과 이들의 자녀가 우리나라의 국민으로 마땅한 대우를 받는 시대가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한선교 국회의원(한·용인 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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