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中企 키코 덫에 빠져 ‘휘청’

환율 급상승 때 손실 인식 못한 기업들 부도위기

경기도내 170여곳 “정부·금융기관은 나 몰라라”

경기도내 수출 1·2위를 자랑하는 우량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외환 파생상품인 키코 통화옵션계약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보면서 워크아웃 대상이 되거나 대표자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4일 도내 한국무역협회 경기본부와 수출중소기업 등에 따르면 키코의 덫으로 인해 도내 많은 우량 수출중소기업들이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죽어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많은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키코는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줄여주는 파생상품이지만 환율이 예상보다 크게 오르면 손실이 수 배로 커지도록 돼 있다.

 

환율 급상승 시 손실이 커진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키코 가입 기업들은 결국 2008년 환율 급등 이후 은행에 지분이 넘어가거나 경영악화 및 워크아웃 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안산에 위치한 코막중공업은 연간매출 200억원, 협력업체 포함 근로자가 700여명에 달하는 우량수출중소기업이지만 키코 피해를 입으면서 현재는 직원이 10여명에 그치는 등 부도직전의 위기를 겪고 있다.

 

3곳의 공장을 모두 팔아 손실을 메웠지만 당장 자재를 살 돈이 없어 공장은 사실상 멈춰있는 것은 물론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운영자금조차 마련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대기업을 상대로 태양광 원자재를 납품 및 수출하는 시흥의 A사 역시 키코에 가입했다 300억원을 날렸다.

 

금융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기업으로선 은행의 요구를 뿌리칠 수 없어 가입했는데 돌아온 것은 엄청난 피해뿐이었다.

 

오토바이 부품을 생산하는 화성의 B기업도 키코 피해로 인해 지분 대부분이 은행으로 넘어가 경영권을 사실상 잃어버렸다.

 

이 분야에서 수년간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통해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던 기업이었지만 키코로 인해 단 2~3년 만에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키코로 인해 피해를 본 도내 업체는 지난 2008년 이후 17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붕구 코막중공업 사장은 “키코로 인해 회사가 반토막 났는데도 정부나 금융기관 등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수주가 들어와도 유동성이 없어 원자재 조달이 안돼 결국 수출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키코(KIKO)란?>

녹인 녹아웃(Knock-In, Knock-Out)의 영문 첫글자에서 따온 말로 환율변동으로 인한 수출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일종의 보험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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