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예술가들

천재 예술가들도 거대한 운명 앞에서는 굴복할 수 밖에 없었던걸까?

 

‘해바라기’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그의 인생 또한 드라마틱한 사건들로 유명하다. 그는 스스로 한쪽 귀를 자르고, 정신병을 앓다가 37살에 자살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심연과 같은 고독감과 부서져 버릴듯한 외로움, 처연한 슬픔 같은 감정이 뜨겁게 올라온다.

 

고흐는 살아생전 자의식이 강했고 늘 고독했으며 지독하게 가난했다. 그는 동생 테오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아서 그림을 그렸다. 1886년 2월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1885년 5월 이후로 따뜻한 식사를 한 것은 오직 여섯번 뿐”이라고 언급했을 만큼 가난했으며 “영혼이라도 팔아서 돈을 갚겠다” 라고 썼을 만큼 동생에게 엄청난 미안함을 느꼈다. 고흐는 그림이 팔리기를 간절히 바라며 전 시간을 그림 그리기에 매달렸지만 끝내 팔리지 않았다. 현재 그의 그림이 1천억원을 웃도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걸 보면 아이로니컬하면서도 끝내 가혹하기만 했던 그의 운명이 안타깝기만하다.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테오에게 쓴 668통의 편지 속에는 그가 어떤 생각을 했으며 어떤 예술세계를 가지고 있는지 잘 나타나 있다. 그는 후세 사람들이 평가한 것처럼 광인이나 천재가 아니었다. 매순간 투명한 의식으로 자신과 주변사람들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했으며 실존에 고뇌하며 치열하고 성실하게 작품세계에 몰두한 지성이 빛나는 예술인이었다.

 

현실과의 싸움서 고뇌·번민

“필승아, 나는 날로 몸이 꺼진다. 나는 참말로 일어나고 싶다. 지금 나는 병마와 최후의 담판이다. 흥패가 이 고비에 달려 있음을 내가 잘 안다. 나에게는 돈이 시급히 필요하다. 그 돈이 없는 것이다. 탐정소설을 번역해서 보낼테니 돈으로 바꿔서 보내다오. 이것이 무리임을 잘 안다. 그러나 그 병을 위하여 무리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나의 몸이다. 그 돈이 되면 닭을 30마리 고아 먹고 땅꾼을 들여 살모사, 구렁이를 10여마리 먹어보겠다.”

 

이 편지는 일제시대에 소설가 김유정이 폐결핵으로 꺼져가는 생명의 마지막 순간에 친구에게 보낸 편지다. 그는 필사적으로 생명을 부여잡고 매달렸지만 편지를 쓴지 열흘 만에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만다. 편지 속에서 그의 절절한 심정이 그대로 느껴져 비통한 마음이 든다.

 

김유정과 동시대를 살았고 그와 같은 운명을 가진 불운한 천재 시인 이상 역시 가난했으며 폐결핵으로 28살에 사망했다.

 

이들의 작품보며 새로운 꿈꿔야

 

‘배고픈 얼굴을 본다. 반드르르한 머리카락 밑에 어째서 배고픈 얼굴은 있느냐. 저 사내는 어디서 왔느냐. 저 사내는 어디서 왔느냐.’ 이상이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면서 연민의 심정으로 쓴 시다. 이 천재 예술가들은 시대를 잘못 만나 끔찍한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다가 요절했다. 살아생전엔 이들의 의식세계와 작품이 시대를 너무 앞서갔기에 당대 사람들에게는 비판을 받거나 인정을 받지 못했고, 운명이 가해진 상처와 고독함을 끌어안고 살았다. 사후에서야 이들의 작품이 재평가되어 천재성을 발견하고 후세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뜨거운 사랑을 받게 된다. 뒤늦게나마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들이 생전에 뛰어난 예술혼과 차디찬 현실과의 간극사이에서 얼마나 고뇌하고 번민했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지금 이 세 예술가들은 떠나고 없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작품을 보면서 감동하고 새로운 꿈을 꾸며 사고의 지평을 넓혀 나간다. 작품 속에서 이들의 정신은 영원히 살아 숨쉬어 많은 후손들과 만나서 소통하고 영향을 주고 있으니 지하에서 이들은 행복해하지 않을까? 올 여름 태양 아래서 뜨겁게 타오르는 해바라기를 보면서 고흐를 새롭게 발견하고 싶다.  이국진 칼럼니스트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