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먹튀 논란…엔터주, '스타를 믿으셨어요?'

우회 상장 엔터 기업들, 부실한 경영으로 투자자 손해 끼친 경우 많아

가수 비(본명 정지훈, 28)가 주식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비는 지난 9일 자신이 보유한 제이튠 엔터테인먼트 주식 350만 7230주(4.27%)를 전량 장내 매각해 주주 자리에서 빠졌다. 비가 지분을 처분하자 이 회사 주가도 곤두박질을 쳤다.

 

이를 두고 제이튠 엔터테인먼트 주주들은 '비에게 뒷통수를 맞았다'며 비를 배임 혐의로 고소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2007년 비는 JYP엔터테인먼트와 결별한 후 자신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했던 조동원 현 제이튠 엔터테인먼트 대표와 함께 매니지먼트사를 설립, 휴대폰 부품 회사인 세이텍를 통해 우회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당시 비가 회사 최대주주가 되면서 주가가 2만 6700원까지 폭등했다.

 

개미 투자자들은 최대 주주인 비가 회사 경영에 책임을 질 것이라 생각하고 투자를 결정한 경우가 많다. 비가 자신의 지분을 처분한다고 했을 때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제이튠 엔터테인먼트와 마찬가지로 지난 몇년간 엔터테인먼트 테마의 주식들은 스타들의 화려한 명성을 등에 엎고 등락을 거듭했다.

 

2003년 수많은 스타를 거느린 매니지먼트사 IHQ가 우회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고, 2005년 팬텀엔터테인먼트가 골프 용품 제조업체인 팬텀을 통해 우회 상장을 하며 무려 38배에 가까운 주가 폭등을 기록했다. 이후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우회상장은 봇물을 이뤘다. 상장이 투자금 유치의 새로운 창구가 되면서 어지간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모두 이합집산해 상장사의 그늘로 들어갔다.

 

스타들의 이름값에 따라 주가도 폭등했다. 장동건의 소속사 스타엠엔터테인먼트가 2006년 '반포텍'으로 우회 상장을 하며 주가 폭등 사례를 기록했고, 배용준의 소속사도 '오토윈테크'로 우회상장해 현재의 '키이스트'를 설립하면서 주가가 고공 행진을 했다.

 

또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진출한 '뉴보텍'은 2006년 이영애 영입을 추진하면서 주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투자자들은 스타들의 이름값을 믿고 엔터테인먼트 주식에 투자를 했고, 그 결과 회사들은 주가 상승에 탄력을 얻었다.

 

이밖에도 DSP미디어, 굿엔터테인먼트, 지엠기획 등 수많은 회사가 상장사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스타들의 소속사라는 화려한 명성과는 달리, 많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했다. 상당수의 회사들은 만성 적자에 시달렸고 주가는 스타 영입 효과가 사라진 직후 급전직하했다.

 

투자자들은 지난 5년간의 엔터주 투자 학습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스타들의 이름을 이용한 주가 부양에만 급급했을 뿐 제대로된 경영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팬텀 엔터테인먼트는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다 지난해 결국 상장폐지 됐고 뉴보텍은 이영애 관련 허위 공시로 주주들에게 손해 배상을 했다. 스타엠 역시 경영진 변동 등의 내홍을 겪은 후 현재 웰메이드스타엠으로 사명이 변경됐다.

 

현재 키이스트, IHQ 등 몇몇 회사가 코스닥 상장사로 남아있긴 하지만 주가는 오히려 우회 상장 초기보다 낮다. DSP미디어 등 회사는 이미 코스닥 시장을 떠났다.

 

비교적 코스닥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비 역시 자신의 지분을 처분하면서 앞선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행보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태생적으로 상장사 구조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며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투자를 통해 유형의 생산 인프라를 발생시키기보다 돈을 벌어다주는 스타를 끌어온다. 스타들이 이탈할 경우 언제든지 회사의 수익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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