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FTA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

최근 들어 일본의 한·일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재개 요청이 강도높게 전달되고 있다. 지난 2003년 말 한·일 정부는 양국간 FTA 협상을 시작했으나, 입장 차이로 1년만에 협상을 중단했다. 하지만 미국, EU, 인도와의 FTA 타결에 이어 중국과의 FTA 협상까지 논의되는 시점에서 한·일 FTA를 더 이상 미뤄두기만 할 수는 없다.

 

글로벌 FTA 추진전략 아래 우리 정부는 웬만한 국가와도 FTA를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지만, 일본과의 FTA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년 들어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오카다 가쓰야 외상 등 최고위급 인사들이 우리 대통령과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한·일 FTA 협상 재개를 요청했고, 지난주 서울에서 개최된 한·일 상공회의소 수뇌회의에 참석한 일본 경제인들도 한·일 FTA가 조기에 실현될 수 있도록 협력해 달라고 국내 기업인들에게 요청했다.

 

일본측은 이명박 정부에 있어 FTA는 가장 중요한 통상정책이므로, 실무협의에서 벗어나 양국간 공식협상이 재개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고성장을 지속하며 FTA 체결 확대로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위상을 높여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우리나라와의 FTA 추진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설정한 사례는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일본과의 FTA 협상 재개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협상에 대한 입장차이가 너무 크고 2004년말 협상 중단시 우리측이 제기했던 사항에 대해 일본의 입장이 바뀐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과 낮은 관세구조를 가진 일본과의 FTA 체결시 우리나라는 대일 무역수지 적자 확대, 무역피해 특히 중소기업의 생산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무역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일본의 농산물 시장개방, 산업기술협력, 일본의 대한국 투자 확대 등을 요청해 왔다. 일본측은 우리측 요구사항이 기업들 간 협력 사항일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어 협정 이익의 균형 달성에 우리 정부관계자들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한·일간 협상구조 차이다. 우리나라는 협상단 수석대표를 외교통상부 소속 고위직에게 맡기고, 수석대표가 사전에 부처간 협의를 통해 확정한 협상전략(훈령)에 따라 협상을 주관하는데 비해, 일본은 이슈에 따라 수석대표가 사실상 바뀌는 구조로 우리 당국자들은 일본과의 실무협상에서 혼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본도 외무성 관계자가 수석대표를 맡지만, 수석대표의 존재가 무의미할 정도로 실무부처의 권한이 크고 농업과 제조업 실무부처간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별 부처의 고유 입장만을 주장함에 따라 협상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측 의견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과거 실패로 인한 휴유증이다. 일본과의 FTA 협상에 대한 경제효과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FTA 협상을 재개했다가 또 다시 중단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빠르면 금년 말 한·중 FTA 협상개시를 선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무역전환, 중국의 위상 강화 등의 이유로 일본측은 한·일 FTA 추진을 더 강도높게 요청하게 될 것이고, 우리 정부의 긍정적인 입장 표명이 없다면 한·일 관계가 경색될 우려가 없지 않다. 우리 정부는 협정의 이익이 균형될 수 있는 합리적인 요구사항을 일본측에 제시하고, 일본측이 일정수준 수용할 경우 협상을 개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정석물류통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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