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마음껏 해봐!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열기가 전 지구촌을 흔들고 있다. 그런데 매순간 경기에 집중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다른 채널을 보는 자신을 보게 된다. 바로 프로야구 중계 때문이다. 야구가 내 인생에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크다. 아마 생의 가치와 덕목 중에 높은 순위라고 볼 수 있다. 야구는 우리가 인생을 모르듯 그 결과를 아무도 모르는 스포츠다. 야구는 개인의 운동능력을 수치로 통계화한 확률과, 예상치 못한 다양한 변수들이 상호교직되어 일어나는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스포츠다.

 

인간 삶처럼 희로애락 담겨있어

굳이 야구를 정의한다면 야구는 과학적인 통계의 경기이자, 직관과 의지가 주도하는 멘탈경기이다. 아울러 사람이 홈에 들어와야 득점으로 인정되는 인본적인 스포츠다. 누군가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바둑을 두거나 야구경기를 관람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것은 곧 야구경기가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경기로 모든 경우의 수와 확률에 근거한 통계를 바탕으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지적인 경기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섬세한 멘탈경기이기도 하다. 얼마전 한 경기에서 대기록을 앞둔 선수가 기록을 의식한 나머지 스스로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불확실한 인간적 요소인 의지나 능력 등이 끼어들 여지가 많은 야구를 보면 우리의 인생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야구경기에는 인간의 삶처럼 모든 희로애락이 쉬지 않고 몰아 닥친다. 지금 당장 행복하고 좋다고 만족해서도 안되고 힘들다고 절망해서도 안되는 것이 인생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힘들다고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단숨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9회말 대역전의 홈런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온갖 수를 써도 한점도 내지 못해 완봉패라는 치욕을 당할 때도 있다. 어제는 안되다가도 오늘은 활화산처럼 터지는 타선의 도움을 받아 손쉽게 이길 수도 있다. 혼자 독불장군처럼 잘해도 동료의 희생번트와 받아 올리는 호수비가 없으면 절대 불가능한 것이 또한 야구다.

 

다른 스포츠처럼 처음을 보고 결과를 예상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투수의 공 하나로 승부가 뒤집혀지기 때문에 9회말 쓰리아웃을 잡을 때까지 양팀은 팽팽하게 긴장하게 되고 박진감 넘치게 되는 것이 야구의 매력이다.

 

9회말까지 예상못하는 야구의 매력

야구는 무한한 가능성의 경기이다. 야구의 규칙만을 놓고 보면 야구는 절대적으로 평등한 스포츠다. 각 팀에게는 공평하게 9번의 공격과 수비의 기회가 주어진다. 선수는 자기 순서에 따라 타석에서는 공격을 하고, 수비에서는 자기위치에서 수비를 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엄격하게 승과 패로 나타난다. 기회는 평등하게 주어지나 능력은 평등하지 않게 나타나는 인생처럼 야구도 그러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평등 속에 야구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야구는 타임아웃이 없는 스포츠가 가진 매력을 가지고 있다. 경기종료를 결정하는 기준이 득점이 아니라 아웃이다. 3번의 아웃이 나오지 않은 이상 계속 진행되는 것이 야구다. 그저 ‘아웃’을 3번 당하지만 않는다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마음껏 해봐!’라는 뜻이다.

 

결론은 야구는 재미있다. 그리고 그 세계에 빠질만한 가치가 있다. 열광적인 월드컵의 열기 속에서도 꾸역꾸역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묘한 동류의식을 느낀다.  /김 우 자혜학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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