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국내 작가가 쓴 한편의 소설을 읽었다. 방역업체 직원인 주인공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한 나라에 갑작스럽게 파견돼 갖가지 위험과 재난상황에 맞딱뜨리면서 처절하게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과정이 실려있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는 인간의 욕망과 현대문명의 이기가 이 모든 재난을 초래했음을 보여주는 듯해 한편으로 공감이 가면서도 또 다른면으로는 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최근 지구촌 곳곳의 폭설, 폭우 등 재난사고을 접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 한해 전국적으로 4만7천여건의 화재가 발생해 사상자 2천441명(사망409명, 부상2천32명), 재산피해 2천518억5천300만원이 발생했다.
현대사회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그에 따른 수많은 대형재난이 발생하는 가운데 이처럼 화재가 발생할 경우 인명 및 재산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손쉽고 빠른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화재발생 신고접수 후 최단 시간 내에 현장에 도착하는 것일 것이다. 그럴려면 긴급소방차가 싸이렌을 울리며 달려올때 소방통로 양보는 운전자로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문화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소한 준수해야 할 기본사항임을 명심해야 한다.
화재 및 각종 안전사고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나와 우리가족에게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임을 생각한다면 소방통로를 양보하는 일은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본이고 상식일 것이다. /고병찬 이천소방서 방호구조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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