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민심’

임양은 본사주필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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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한다. 6·2 지방선거는 순수한 지방자치 선거가 되지 못했다. 이 정권에 대한 준엄한 중간 평가가 됐음을 시인한다. 민주당 등 야권의 대승이다. 한나라당의 참패다.

 

16개 광역단체장 선거는 6대7로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한 군데 더 많은 우세를 보인 가운데 선진당 한 군데, 무소속이 두 군데를 차지했다. 경남지역의 한나라당 텃밭마저 내주었다.

 

한나라당은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의 낙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신승이 없었다면 집권당의 체면을 그나마 완전히 구길뻔 했다.

 

그러나 문제다. 도내 시장·군수는 거의 더블 스코어로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압도하고, 도의회는 여소야대가 됐다. 한나라당 도지사의 행정시책이 민주당 시장·군수에게 얼마나 잘 먹혀들지 의문이다. 한나라당 도지사의 정책 입안에 여소야대 의회의 제동이 예상된다. 그 어느때보다 김문수 당선자의 소통과 포용력 발휘가 필요하다. 이는 그의 지도력에 새롭게 보여야 할 면모다.

 

각급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사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일반적으로 민주당을 무조건 찍었다고 보는 것이 특징적 투표 성향이다. 그것은 정부에 대한 반사적 견제심리다. 충격인 것은 전국에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혼자 뿐이던 진보성향 교육감이 대여섯군데나 된 사실이다. 이광재(강원), 안희정(충남), 김두관(경남) 등의 광역단체장 약진은, 그들이 열린우리당 계열의 노무현 적통인 점에서 주목된다. 이들의 당선을 가리켜 세상에선 ‘노무현의 부활’이라고들 말한다. 마뜩찮다. ‘노무현의 부활’도 그렇고, 진보세력의 득세도 그러하다. 하지만 이것이 세상 돌아가는 형편이라면 현실을 부인할 순 없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주기설은 선거학의 민심 이변에 대한 설명이다. 즉 일정한 사이클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춰보면 이번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이 질 차례다. ‘1번 찍으면 전쟁난다’는 괴이한 정치공세는 유언비어 수준이다. 그러나 일부 유권자에겐 이것이 먹혀 들었다. 미치지 않고는 무서운 제2의 6·25를 원할 사람이 없다. 문제는 천안함 사태다. 그렇게 당하고 간도 쓸개도 없이 저들에게 미소를 지으란 말인가, 이는 진정한 평화의 길이 아니다. 선거 때문에 조작했다는 황당한 낭설은 해도해도 너무하는 소리다. 이런데도 영향이 전혀 없다 할 수 없다. 이같은 선전선동이 먹히는 세태가 마뜩찮다.

 

가뜩이나 이런 실정에서 6·2 지방선거의 보수세력 완패에는 보수진영 자해의 책임 또한 없지 않다. 진보진영은 단일화 후보를 중심으로 뭉친 선거꾼들이 사력을 다해 일사불란하게 뛰었다. 반대로 보수진영은 난립으로 갈라진 패거리끼리 서로 헐뜯어 제 살 깎아먹기를 일삼았다. 심지어는 보수진영 사람이 진보진영을 돕는 배신도 있었다. 수원시장 선거 역시 이의 예외가 아니다.

 

이제 앞으로가 중요하다. 종국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MB는 잘했고 못했고를 떠나 국정 수행에 새로운 생동감을 보여줘야 한다. 민심은 기다리지 않는다. 오바마는 ‘새로운 미국을 설계하겠다’고 했다. 하토야마는 ‘일본 개조론’을 표방했다. 그렇게 해서 압도적 지지로 집권한 오바마는 의료보험 하나 개혁하는 데 지쳐 지지도가 전같지 않다. 무려 80%에 이른 지지도로 자민당 만년정권을 무너뜨린 하토야마는 집권 8개월만에 싸늘하게 식어버린 국민의 냉소속에 퇴임했다.

 

MB 역시 압도적인 지지로 권좌에 올랐다. 그것은 국민사회의 기대였다. 하지만 민심은 돌아가는 쳇바퀴와 같다. 6·2 지방선거의 MB 심판은 MB에 대해 갖는 국민사회 피로 증후군의 반영이다. 피로감을 덜게하기 위해서는 일 처리가 더 답답해선 안 된다. 좀 더 시원하고 매끄러워져야 된다. MB 자신의 신념을 그토록 어떻게 살리느냐는 것은 MB 자신의 정치적 역량이다.

 

사실,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이념은 중앙정치의 대리전 양상일 뿐, 지방행정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무한돌봄이’ 사업은 복지분야의 백미인 주요 행정으로 진보정책이다. 이를 착안하고 제도화 한 것이 다름이 아닌 보수세력의 김문수 경기도지사다.

 

유권자를 믿는다. 진보세력의 약진을 보인 이번 지방선거 민심은 어디까지나 보수와 병행하는 진보의 허용이라는 것을, 종북주의의 발호를 허용하는 것은 결코 아니란 사실을 믿는 것이다.

 

/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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