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의 선택은 늘 현명하다

당선자와 낙선자로 희비(喜悲)가 엇갈리는 이른 아침이다. 선거는 끝났다. 승자에게 꽃다발을, 패자에게 따뜻한 위로를 보낸다. 떨어졌다고 ‘좌절’하지 말고 뽑혔다고 ‘오만’하지 말기를 양측에 주문하고 싶다. 내가 지지하던 후보를 반대했다고 원수처럼 생각해서도 안 된다. 상대후보를 지원했다고 미워해서도 안 된다. 이웃 간에도, 친구 간에도, 친척 간에도 그렇다. 운동원끼리도 악수를 나누어야 한다. 총알보다도 무섭다는 한 표가 ‘당선’ 이라는 과녁에 맞지 못했다고 해서 서운할 필요는 없다. 운(運)이 어느 쪽으로 따라 주었느냐가 당낙(當落)을 결정했다. 낙선자는 열심히 뛰었는데도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이제 너나 없이 제 자리로 돌아가 생업에 몰두해야 한다. 뽑힌 사람들은 이권에 손을 대거나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의 편협된 이익만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당선자는 모두를 아우르는 사람이어야 한다. 현기증이 날 정도의 말의 성찬이 끝났다고 나몰라라해서도 안 된다. 당선자는 차근차근 실천계획을 세우고 경쟁하던 낙선자들의 공약도 받아들일 것이 있는지 여부를 챙겨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상황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유럽발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천안함 사건이후 남북관계도 긴장상태다. 다행히 투표율이 예년보다 높았다. 침묵했던 다수가 참여하여 투표율이 높아졌을까.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다. 민주주의는 이런 선거과정을 거치고 자란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이번에 치러진 6·2지방선거 결과도 역사다. 오늘이 있게 한 어제를 살피고 오늘의 형국을 돌파할 지혜를 어제의 경험 속에서 찾아야 한다.

 

유권자는 현명하다. 선거는 공정하고 적법하게 치러져야만 진정한 의미의 전통성과 대표성을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 공명선거의 성패는 누가 당선되느냐보다 어떻게 치러지느냐에 달려있다. 짬뽕식으로 치러진 이번 8개 동시 선거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제도는 획기적으로 고쳐야 한다. 우리 정치문화가 이 정도의 수준밖에 안되는가 할 정도로 많은 유권자들이 의구심을 갖게 한 선거였다는 소리가 높다.

 

당선자는 한꺼번에 다 하려고 덤벼들지 마라. 선거는 혁명이 아니다. 불편한 구석을 개선하는 것이고 디딤돌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고쳐 놓는 작업이다. 전임자의 좋은 정책은 정당을 떠나 과감히 이어가는 자세도 필요하다.

 

당선자에게는 꽃집에서 먼저 찾아오고 낙선자에게는 자장면집 주인이 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잘 되려면 우선 바른 인물들이 뽑혀야 한다. 바른 사람을 뽑지 못한다면 선거 자체가 의미를 상실한다. 유권자는 늘 현명하다.

 

여당은 안정을 유지하면서 개혁을 해 나가자면 절대적으로 안정 세력이 필요하다. 야당은 여당이 독주를 못하도록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로 유권자의 선택을 요구했다. 이 말을 들으면 이 말이 옳고 저 말을 들으면 저 말도 옳다.

 

이제 국민들의 가슴 속에 새로운 용기와 희망의 불을 지펴줘야 한다. 유권자들도 지연, 학연, 혈연이라는 비이성적(非理性的) 사슬에 묶여 한 표를 행사하지 않았는가를 자성해야 한다.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선거결과는 유권자의 엄정한 심판이다.  /김훈동 수원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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