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유포자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
최근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각종 의혹 제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의혹 유포자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천안함 사건 짜맞추기 조사 결과 믿을 수 없다’는 제목의 컬러 인쇄물이 대량 살포됐다.
천안함 침몰의 결정적인 증거에 대한 의문과 해군의 경계 실패 등 그동안 언론에서 무수하게 제기된 의혹과 문제점들을 정리한 인쇄물이었다.
다음날인 30일 서울 세종로 일대에도 A4용지 한 장으로 된 전단지가 유포됐다.‘무엇보다 북도발 증거(어뢰)가 진품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는 내용 역시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서 숱하게 제기한 의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지하철1호선 신길역 대합실 기둥에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다'는 제목의 A4 용지 두 장 분량의 유인물이 나붙었다.
경찰은 이같은 유인물이 천안함에 대한 허위 사실을 담고 있다며 유포자들에 대한 검거에 나섰다. 또한 이들 뿐 아니라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명예를 훼손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31일 "군 발표를 부인하고 국군을 공개적으로 부정하며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는 사안"이라며 "악의적으로 특정 의도를 가지고 허위 사실을 퍼트려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는지도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물론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명백하게 사실과 다른 내용을 퍼트리는 경우도 있다. '남한이 북한을 선제공격할 예정', '긴급 징집령' 등의 허위사실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거나 자신을 해군소령이라고 사칭한 뒤 양심선언을 한 것처럼 글을 퍼트려 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다.
문제는 언론과 시민단체, 각계 전문가들이 공개적으로 제기한 천안함 관련 의혹을 단순히 짜깁기한 유인물에 대해서도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의 이같은 태도는 군 당국이 언론의 문제제기에 따라 관련 자료를 추가로 공개하는 등 비판을 일부 수용하는 자세와도 배치된다.
시민들의 문제제기는 정작 필요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해명도 충분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시민단체들은 경찰이 정당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유영재 팀장은 “이명박 정부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시민들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수사하겠다는 걸 보니 유신시대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반드시 공개해야 될 것들은 숨겼으면서 어떻게 의문을 제기하지 말라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경찰은 천안함과 관련된 의혹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수사를 하면서도 막상 처벌을 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천안함의 진실을 알고 싶다’는 제목의 유인물을 지하철역에 붙인 오모(48) 씨를 붙잡았지만, 아직까지 형사 처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오씨의 유인물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짜깁기해 의혹을 제기한 수준”이라며 “명예훼손의 구체적인 대상이 없어 형사처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과잉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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