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음주 문화

최근 진료실에서 만난 30대 후반의 남자 환자 이야기다. 술을 마시면 누군가와 싸우게 되고,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경우가 여러 번 있다고 했다. 평소 너무나 점잖고 온순하지만 음주 후에는 자신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상태가 되어 있다고 했다. 수차례 법원에 가서 재판을 받게 되어 이제는 더 이상 직업을 가질 수도 사회생활을 할 수도 없어 치료를 원했다. 너무나 극단적인 경우일 수도 있지만 우리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술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알코올은 중추신경계를 억제하는데 혈중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행복감, 흥분, 혼동, 무감각, 혼수상태, 호흡마비로 인한 죽음의 단계까지 다양한 효과를 보이며, 간에서 95% 이상이 분해된다. 흡수와 분해하는 능력은 개인차가 있어 주량의 차이를 보이게 된다. 남성의 경우 하루에 5잔 이상을 마시거나 일주일에 15잔 이상을 마신다면 위험음주 상태라고 하며, 여성이나 65세 이상은 하루 4잔 이상을 마시거나 일주일에 8잔 이상을 마시면 위험음주에 해당된다. 이러한 기준을 적용하면 술을 좋아하는 모두가 이에 해당 된다고 할 수 있다.

 

초기 알코올 의존단계는 알코올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서 음주 횟수가 빈번해지고 음주량이 늘어난다. 소위 필름이 끊기기 시작하며 혼자서도 술을 마시게 되고 남의 시선을 피해 몰래 마시기도 한다. 술자리에서도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혼자 처음에 몇 잔을 꿀꺽꿀꺽 마시는 행동을 보이게 된다. 알코올 남용의 단계에서는 반복적인 음주로 인해 직장, 학교, 가정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운전이나 기계작동처럼 신체적으로 위험한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음주한다. 또 음주와 관련된 법적인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하기도 하고 음주로 인해 사회적 또는 대인 관계에 문제가 발생해도 계속 음주하게 된다.

 

알코올 남용 단계에서는 술을 줄이거나 끊기가 매우 힘들다. 환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발동이 걸리면 브레이크가 안 잡힌다”고 한다. 술에 취하면 평상시의 결심이나 계획은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에 나오는 이중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다. 두 개의 다른 인격 상태이기 때문에 서로 통제력을 발휘하기는 불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인격의 경계에는 여러 잔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단 한 잔의 술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병적인 상태를 치료하지 못하는 환자들은 적당히 조금만 마시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술은 그러한 자비로운 마음을 갖고 있지 못하다. 선택은 술을 한잔도 마시지 않는 단주와 알코올 남용상태 만이 가능하다.

 

우리 사회의 음주 문화는 권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하지만 환자를 치료하거나 보호하는 데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위험음주 상태에 있으면서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알코올 남용 환자를 잘못된 주사를 가진 정도로만 생각하다 보면 술 한잔 권하는 것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는 단호하게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 것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라는 현실에서 보면, 환자의 치료를 방해하거나 병을 유발시키는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음주 문화는 적당히 마시는 것을 어렵게 한다. 받은 술잔을 비우고, 빈 잔을 채워주는 것이 주도라는 생각은 변해야 한다. 동료나 친구 중에 알코올 남용으로 치료를 필요로 하고 노력하는 이가 있는지 살펴보자. 그들에게 권하는 술 한 잔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진정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자신의 형편에 따라 사양할 수 있는 올바른 음주문화가 돼야 한다.

 

/류 센 경기도의사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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