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9일 군입대…상금 일부 루게릭병 박승일 전 코치 위해 쓸 계획
“감독님 가서 몸 관리 잘 하고 올 테니 다시 받아주세요.”
그야말로 함지훈(26 · 모비스) 시대다. 정규리그 MVP에 이어 이번에는 챔피언결정전 MVP마저 손에 넣었다. KCC 허재 감독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승진(221cm)까지 투입시키고도 함지훈을 막지 못했다.
함지훈은 11일 끝난 챔피언결정전에서 평균 16점, 6.3리바운드, 5.8어시스트의 활약을 펼치며 MVP로 선정됐다. 기자단 투표에서 총 69표 중 63표(91.3%)를 휩쓰는 등 이견이 없는 MVP였다. 4월19일 군입대를 앞두고 받은 최고의 선물. 덕분에 군입대를 열흘도 안 남은 상황에서도 환하게 웃을 수 있는 함지훈이다.
사실 2007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0순위로 모비스에 지명될 때만 해도 이런 결과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게다가 데뷔 첫 해 고질적으로 자신을 괴롭히던 무릎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을 채 마치지 못했다. 시즌 중반까지 신인왕 후보 0순위였지만 결국 신인왕은 김태술(KT&G)의 차지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 용병이 1명씩 뛰는 ‘2~3쿼터의 사나이’로 통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다시금 알리더니 용병이 무조건 1명씩만 뛸 수 있는 올 시즌에는 그야말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정규시즌 평균 14.8점, 6.9리바운드, 4.0어시스트. MVP를 받기에 손색없는 활약이었다.
이러한 활약에 유재학 감독도 “함지훈의 비중에 크기에 내년부터는 팀을 바꿔야 한다”면서 “가운데서 파생되는 공격을 이젠 할 수가 없다”고 다음 시즌 함지훈의 공백을 벌써부터 걱정해야 했다.
매년 기량이 업그레이드 됐지만 정작 함지훈은 “운이 좋았다”고 겸손해 한다. 함지훈은 “좋은 선수, 좋은 팀을 만난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면서 “대학 때 크리스 윌리엄스를 따라하곤 했는데 딱 모비스에 왔다. 감독님에게 훅슛과 전술을, 코치님에게 슛을 배웠다”고 말했다.
또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를 독식하며 최고의 선수로 등극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기술과 슈팅력을 더 키워야 한다”고 자신 앞에 붙어진 ‘최고’라는 수식어에는 고개를 가로젓는 함지훈이다.
이런 함지훈을 알기에 팀 동료들도 함지훈에게 군입대전 꼭 우승을 선물하겠다는 각오로 뛰었다. 특히 전역 후 복귀한 양동근은 2006-2007시즌 우승 후 입대한 자신처럼 “우승을 한 뒤 함지훈을 입대시키겠다”면서 부상을 참고 뛰었다.
2009-2010시즌은 우승으로 끝났지만 함지훈의 새로운 시즌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일단 상금(500만원) 중 일부는 루게릭병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박승일 전 코치를 위해 쓸 계획이다. 또 군인 함지훈으로서 여지껏 단 한 번도 못해본 전국체전 우승에도 도전해야 한다.
“모든 게 끝나서 그런지 정규리그 MVP보다 챔프전 MVP가 더 좋다. 상무에서 꼭 농구대잔치 우승을 하겠다. 또 전국체전 우승도 해보고 싶다”는 함지훈은 “감독님 (군대에) 가서 몸 관리 잘 하고 올 테니 다시 받아주세요”라고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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